지난 10일 저녁 6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앞 AK플라자. 홍대역과 붙어있는 이 쇼핑몰에는 탄핵 정국과는 아랑곳없이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1020세대를 겨냥한 이 쇼핑몰은 어반드레스·비옥 등 국내 패션브랜드나 소품샵, 응원봉 등 K팝 상품을 다루는 매장이 상당수지만 5층은 완전히 만화·가챠·피규어·게임·캐릭터 등 일본 문화 상품들이 매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특히 5층의 만화 관련 상품을 파는 애니메이트와 카페, 일본음식점과 피규어 중고거래샵에는 평일 썰렁한 여느 백화점이나 쇼핑몰과 달리 국내외 젊은이들로 붐볐다. 5층에 있는 매장은 모두 일본의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 프랜차이즈 기업인 애니메이트의 한국 지점으로 대원미디어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AK플라자 홍대점은 국내에서 가장 대규모로 일본 문화 상품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도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3층에는 일본 만화가 미우라켄타로의 원화 전시회인 데베르세르크전이 열리고 있었고, 1층에는 일본 캐릭터 시나모롤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애니메이터 매장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텅(22세)씨는 “만화를 보려고 왔다”면서 “한국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중국 애플리케이션에서 애니메이터 매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대학생 김 모씨(26세)는 “평소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나왔다”면서도 “애니메이터를 찾는 이유는 가장 많은 굿즈가 나와있어서 구경하기에 재미있고, 매장에 없는 상품은 예약을 통해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애니메이터 매장 벽 한켠에는 각종 예약상품 신청을 받는 포스터가 가득 차 있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크기를 키우는 다른 쇼핑몰이나 백화점과 달리 특화 매장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캡슐장난감자판기 전문점을 뜻하는 ‘가챠샵’ 역시 최근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통업계의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가챠란 뽑기라는 의미로 쓰이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과거 문방구 앞에 놓여있던 캡슐자판기와 달리 한 번에 5000~7000원으로 단가가 높고, 주로 일본 캐릭터 상품이 다수다. 일본 여행을 통해 가챠샵을 경험해 본 소비자들이 국내에 와서도 가챠삽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가챠삽 열풍은 초등학생까지 퍼지면서 가정용 자판기도 팔리고 있다.
AK플라자 뿐만 아니라 스타필드 수원점에는 가챠샵과 피규어샵들만 모인 전용 매장인 펀스퀘어를 운영중이다. 일본 트랜드를 가장 먼저 국내 유통업계에 들여오는 롯데 역시 올해 초 국내 최초로 가챠폰 공식매장을 잠실 롯데몰에 개점한 데 이어 김포공항점에도 열었다. HCD아이파크 용산점에는 가챠기기가 150대 놓인 가챠파크가 손님을 맞고 있다. 문구류 전문 유통사인 텐바이텐 역시 서울 뿐 아니라 제주에 가챠샵을 열어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가차샵은 별다른 기술이나 자본이 들지 않기 때문에 과거 인형뽑기 매장처럼 무인가게를 하려는 소규모 창업자들도 관심을 보인다. 국내에 일본 가챠샵 관련 제품을 수입 유통하는 반다이남코리아의 실적도 상승세다. 2020년 3월말 기준 매출액은 417억원과 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매출 806억 원과 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가챠샵과 함께 문구류 전문 매장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스타필드의 주력인 3040에 이어 더욱 젋은 세대로 넓히기 위해 입점시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