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실손보험 개혁 드라이브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에 “연내에 개선 방안을 도출하라”고 지시한 사안이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추진 동력이 소멸했다.
14일 보험업계는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연내 실손보험 개혁안 발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책 수립에 들어갔다.
실손보험 개혁은 ‘비급여 진료의 횟수와 범위, 가격 등에 대한 정부 통제’와 ‘실손 상품 구조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때문에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동시에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3일 느닷없는 비상 계엄선언을 한 이후 대한병원협회·대한중소병원협회·국립대학병원협회 등 병원 3단체가 5일부터 8일 사이 의개특위 참여 중단을 선언해 특위 운영이 멈춰버렸다. 의개특위는 19일 공청회를 열고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말 확정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계획이 물 건너갔다. 특히 계엄 포고령에 적힌 ‘현장 미복귀 의료인 처단’ 내용이 의료계를 격분케 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이날 국회에서 통과돼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면서 의개특위는 사실상 해체 상태가 됐다.
다만 금융위는 16일로 예정된 보험개혁회 안건에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올리기는 할 방침이다. 본인부담금을 올리고 비급여 이용 횟수와 보장 한도를 정하는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앞으로 실손 개혁은 금융 당국 업무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 당국은 탄핵 이후 예상되는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 실손 개혁을 집중해서 다룰만한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혁안 연내 마련을 지시한 윤 대통령 자신이 탄핵되면서 추진 동력은 사실상 소멸했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는 4세대 실손보험은 올해 상반기 130.6%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본인부담금을 더 높이고 비급여 한도를 설정한 ‘4.X’세대 상품을 설계해 절차를 거쳐 내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인데 중요한 시기에 최악의 상황이 됐다”고 아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