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 법안이라도 시급히 통과시켜 경제·민생에 중단이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10월 제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건의한 경제 분야 입법 과제 23개 중 여야가 공통으로 법안을 발의했음에도 아직 통과되지 않은 법안이 12개에 달한다. 반도체 산업 발전 지원 특별법(반도체 특별법),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AI 기본법),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연구개발(R&D) 분야에 주 52시간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인센티브 규모는 세액공제를 포함해 1조 2000억 원에 불과하다.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각국이 반도체 산업 패권을 놓고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 국회도 여야 모두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여야 간 시각차를 보이면서 소관 상임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AI기본법 처리도 미뤄지고 있다. AI를 도입·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AI 자금 지원 등 내용을 담은 법안은 국내 AI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첨단산업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국가기간전력망을 조속히 확충하기 위한 전력망 특별법 통과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낸 ‘산업계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한 전력 공급 최적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전력 수요는 98% 증가했으나 송전 설비는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송전 설비 건설도 5∼6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 설비 사업 단위별로 입지 결정 시한을 2년으로 제한하고 주민 보상과 지방자치단체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력망 특별법이 통과돼야 전력망 확충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조금 재원 마련을 위한 첨단전략산업 기금법안과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형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 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 연장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외국인고용법 개정안도 재계에서 통과를 기다리는 무쟁점 법안이다.
국가 주도로 해상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하고 정부가 각종 인허가를 지원하는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안, 지자체마다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이격 거리를 합리화하고 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하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 무탄소 수소(그린수소) 생산 비용 차액을 지원하는 수소법 개정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특별법 제정안 등도 처리가 절실한 법안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