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IMF급 환율 불안…1400원대 당분간 유지"

■ 외환전문가 의견 살펴보니
트럼프 관세 등 원화 약세 요인
美금리인하 밀릴땐 강달러 심화

한국의 거시·금융 전문가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에도 크게 훼손된 대외 신인도의 근본적 변화와 정책 마비 등 불확실성에 환율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1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외환 전문가 상당수는 1400원 대의 원·달러 환율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수출 증가율 둔화 및 경기 전망 악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정책 등 원화 약세 요인이 산적했던 만큼 깜짝 반전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원·달러 연평균은 역대 최고치였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1396원)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탄핵 가결로 되돌려질 수 있는 환율 수준은 5원 안팎뿐”이라며 환율 상방 압력에서 대외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내 요인은 부수적이라는 평가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도 미중 무역 분쟁 가능성에 따른 위안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50원 이상으로도 높아질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한국 수출에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한다면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이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이 부각될 경우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위원은 “다가오는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목표 금리가 높아질 경우 미국 장기물 금리도 올라가고 이에 달러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내외 변수에 원화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취약해진 경제 펀더멘털에 근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약해진 경제 펀더멘털 때문에 해외로 투자자가 이탈하고 트럼프 불확실성에도 크게 노출되는 것”이라며 “올해 3분기부터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하기 시작했고 경기 하방 압력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공산이 매우 높아 트럼프가 취임하는 내년 1분기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안 가결로 인해 경제가 급히 살아나고 환율이 크게 안정될 것으로 보기는 무리”라며 “앞으로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 그리고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응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