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의 공석이 열흘째 이어지면서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신임 국방장관 후보자 지명은 본인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 잠재적 후보자들의 고사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뒤이은 직무정지로 군 통수권을 이어받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사임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후임을 빠른 시일 내에 지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전 장관은 12·3 불법 비상계엄의 주동자로 지난 10일 구속돼 김선호 국방차관이 장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동시에 대행 체제인 상황은 건국 이래 최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의 차기 국방장관 후보 지명이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한 권한대행부터 불법 계엄 사태의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한 권한대행에게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다행히 야당이 애초 검토했던 총리 탄핵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지만,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방장관 후보를 지명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장관 후보자를 지목하더라도 이를 달가워할 후보자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헌법재판소를 거쳐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탄핵되면 새 정권과 함께 물갈이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불법 계엄에 군 수뇌부가 가담해 현재까지 7명의 장성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군 내부의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점, 군이 ‘내란 공범’이라는 오명을 썼다는 점도 난관으로 꼽힌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 되기 전인 지난 5일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이어 12일에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차기 국방장관으로 지명하려 했으나 당사자들이 각각 고사한 바 있다. 특히 한 의원은 “누가 이 상황에서 하겠느냐”며 국방장관 후보 지명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방장관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도 크다. 추경호 의원의 뒤를 이어 지난 12일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은 윤 대통령의 차기 국방장관 후보자 재지명 시도와 관련, "안보수장의 공백을 오랫동안 놔두는 것은 국가 안위를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방한을 추진했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계엄 사태를 이유로 일본만 방문했다. 지난 4∼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