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곧바로 민생 예산 확보를 내걸며 수권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하지 않는 대신 한 권한대행의 중립적 태도를 요구하면서 김건희·내란 특검 시행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와 민생 경제 회복이 중요하다”며 경제 대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골목상권이나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지역화폐 예산,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등에 대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에 성공하면서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만큼 이 대표가 유력 대권 주자로서 수권 역량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을 향해서도 타협과 압박을 함께 시도했다. 그는 전날 한 권한대행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통화에서) 여당이 지명한 총리로서가 아닌,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국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도 흔쾌히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발언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 등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각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야권이 주도해 처리한 양곡관리법·국회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 대표는 “거부권 행사는 1당과 2당 간의 정책적 또는 정치적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거부한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직무대행은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국정 혼란을 우려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추진하지 않지만 권한대행의 직무를 벗어난 거부권 행사 시 야당도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윤 대통령의 파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어처구니없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도 분명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은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