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현 상황 수습이 마지막 소임"…농업4법 거부권 '고심'

■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 개시
임시 국무회의·긴급 NSC 소집
韓, 국정 혼란 최소화 힘쓰지만
국방장관 재지명도 시급한 과제
불안한 입지에 野 협력 절실한데
양곡법 등 법안 거부권도 부담

우원식(오른쪽) 국회의장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현 상황 수습이 공직 생활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정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한 권한대행은 이틀 연속 ‘관리형 총리’답게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당장 국방부 장관 재지명과 ‘농업 4법’ 거부권 행사 등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 국정 운영을 둘러싼 고비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시작으로 권한대행 이틀 차 업무에 나섰다. 한 권한대행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목소리로 굳건한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양국 관계 발전을 얘기했다. 통상적인 메시지지만 함의는 가볍지 않다. 이와 관련,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정상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는 한 권한대행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로 불식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대통령실과 총리실·국조실 간 업무 조정 협의를 했으며 부처 장차관 등을 불러 민생 현안을 보고받았다. 또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과 전화 통화 후 국회로 이동해 우원식 의장을 예방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14일 오후 한 권한대행은 전군 경계 태세 강화를 주문하는 등 전 부처에 긴급 지시를 내리고 임시 국무회의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잇따라 개최했다.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정 안정 의지도 강조했다.


대한민국 최장수 총리이자 40년 넘게 공직을 수행하며 주미 대사까지 지낸 한 권한대행이 현재의 탄핵 국면을 조기에 수습하고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적임자라는 데는 야당도 동의하는 모양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그의 특기대로 온전히 ‘현상 유지’에만 매진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당장 국방부 장관 공석을 채울지부터가 고민거리다. 북한의 도발 위협과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밀착 등으로 안보 위협이 높은 상황에서 국방 수장을 비워두는 데 대한 우려가 높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이 국방장관을 직접 지명하는 적극적 권한 행사를 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가 불법 계엄 사태의 수사 대상이라는 점도 걸림돌인데 국방장관에 적임인 후보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후 이달 5일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12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차기 국방장관으로 지명하려 했으나 당사자들이 모두 고사했다.


한 권한대행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관심사다. 정부·여당 모두 그간 거부권 행사의 뜻을 밝혀왔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달 13일 이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주장한 만큼 재의요구권을 발동하는 것이 그간 흐름에 맞지만 자칫 ‘적극적 권한 행사’라는 야당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만 하는 수동적 권한 행사여서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의 입지가 불완전한 탓에 야당과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여야정협의체 제안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여야를 포함한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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