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자체가 버겁다…취소한 송년모임 제발 다시 해달라"[몰아치는 탄핵 소용돌이]

[극한으로 내몰린 소상공인]
자영업 88% 계엄사태로 매출 감소
탄핵 가결에도 예약 취소 이어져
제조업 기반 취약한 지방 더 심각
광주 등 보증사고율 2년새 3배↑
경기부양 위한 추경 등 대책 필요

불황에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파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의 음식점 골목이 한산한 모습이다. 소상공인엽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더 어려워질 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정말 생존 자체가 버거울 지경입니다. 지역화폐든 온누리상품권이든 정치 논리를 따지지 말고 뭐라도 좋으니 빨리 풀어 숨이라도 쉴 수 있게 해주세요.” (서울 종로구 소재 전통시장 상인 A 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한 꺼풀 걷혔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여전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 심리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일련의 사태로 극한에 내몰린 이들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이 당장 시작되지 않으면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15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 탄핵 가결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입장문’을 통해 “이제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할 때”라며 “향후 절차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넘기고 이제는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한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송년 특수는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내몰려왔다”며 “정부와 국회는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하루속히 소상공인 살리기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연합회는 “이제는 국면이 전환된 만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안심하고 거리를 밝게 비추는 소상공인 매장을 찾아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읍소했다.


앞서 이달 12일 소공연이 일반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실태 조사 결과 전국 소상공인들의 88.4%가 이번 사태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주요 집회 장소인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가에서는 시민들이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같은 시각 서울 잠실역 인근 일식집은 손님이 뜸해 결국 평소보다 일찍 영업을 마감했다. 주말이면 골목마다 북적이는 서울 마포 홍대거리 등도 평소보다 인파가 줄어든 모습이었다. 광진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여전히 연말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송년 특수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탄핵안 가결로 반짝 소비가 늘 수도 있지만 여전히 탄핵으로 분위기가 식어 있어 정부나 공공기관·기업들이 송년 모임 등을 재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인구 감소가 빠른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불황에 비상계엄의 충격파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테이블들이 비어 있다. 소상공인엽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뉴스1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동·미추홀갑)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로부터 받은 ‘전국 보증사고율·대위변제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서울 지역의 보증사고율은 2022년 2.0%에서 현재 5.3%로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인천은 같은 기간 2.7%에서 8.2%로, 광주는 2.0%에서 6.7%로, 부산은 2.1%에서 7.2%로 3배 이상 늘었다. 일반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경우 지역 신보중앙회를 통한 대출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대출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거나 폐업한 지방 소상공인이 그만큼 늘었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이런 현상은 4·4분기 들어 더 악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정부에서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말해왔는데 현장을 제대로 와서 보고나 하는 말인지 답답할 뿐”이라며 “시장 상인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보니 시장에 자금이 돌 수 있도록 뭐라도 해줬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도 소상공인들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 내몰린 만큼 신속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국회가 중소기업을 포함한 자영업자들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긍정적 시그널을 보인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치열하게 소통하며, 적어도 자영업자 이슈만큼은 한목소리를 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여당·야당의 목소리가 갈라지면 상대적으로 연결 고리가 취약한 영세 소상공인들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내년은 더욱 어려운 시기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류필선 소공연 전문위원은 “정치 불안이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든 상황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 및 지역사랑상품권 확대를 비롯해 소득공제율 확대, 한시적 세제 완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치권도 속히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경제와 민생안정에 나서야 하고 빠른 효과를 위해 협의체 협의 과정에 소상공인 대표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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