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를 상대로 첨단 인공지능(AI) 칩 판매에 제동을 거는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제3국을 통해 중국으로 우회 조달되는 경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대형 컴퓨팅 시설이 있는 국가에 AI 반도체의 출하 한도를 설정하는 새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미 동맹국들은 관련 규제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중동·동남아 국가들이 주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일부 동남아 국가가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를 피해 AI 반도체를 구입하도록 돕는 일종의 뒷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가령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를 중국 측에 판매하는 밀거래 업자들의 비공식 시장이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중동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 ‘G42’와 같은 회사가 중국 측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다만 G42는 중국 기업을 포함한 세계 각국 기업들과 협력하지만 중국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8월 GPU 등 반도체 제품을 중국군이 군사용으로 전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이후 첨단 반도체 장비 및 서비스, 부품 등의 수출을 제한하고 이달 2일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수출통제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