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에 금융권, "최악은 피했다…비상대응은 지속"

탄핵 이후 4대 금융지주 회장 주재 긴급회의 열어
"불확실성 줄어들며 투자자·고객 대응엔 도움"
계엄 사태로 늘어난 현금성 예금 16조, 어디로 가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정국 혼란이 일단 수습되면서 금융권은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등을 돌렸던 외국인이 돌아오며 환율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정국이 불안정한 만큼 금융권은 주말에도 비상 회의를 개최하며 향후 경영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최악은 피했다”…금융시장 안정 기대감 커져=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의 국회 통과로 그동안 커졌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탄핵안 가결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적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서는 탄핵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만약 탄핵안이 부결됐다면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너무 많고 불확실성이 장기화했을 것”이라며 “국정 공백이 최소화되고 예상된 시나리오로 정국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상계엄, 해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해외투자가들의 불안이 컸다”며 “탄핵안 통과로 정국이 안정되면서 향후 예정된 일정들을 설명할 때도 설득력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환율 모니터링 지속…외화 유동성 관리에 총력=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하나)는 탄핵안이 가결된 주말에 일제히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유동성 리스크를 포함한 리스크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기로 했다. 특히 환율 변동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원화 및 외화 자금시장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단위로 움직일 때마다 각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미치는 영향은 1~3bp(bp=0.01%포인트) 수준으로, 현재까지 유동성 차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면서 주말에도 평일과 동일하게 비상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며 “실시간 시장 모니터링과 핫라인 체계를 통해 급변하는 유동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은행권 자본 비율 관리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스트레스 완충 자본 도입 유예 등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올해 말부터 17개 국내 은행과 8개 은행 지주회사에 대해 위기 상황에 대비한 추가 자본인 스트레스 완충 자본 적립을 의무화할 계획이었지만 도입 시기를 미루거나 속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보험 업계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보험 업권의 경과 조치 활용을 적극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경과 조치란 킥스 비율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신규 위험액 측정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조치다. 경과 조치를 신청하면 킥스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져도 적기 시정 조치(제재)를 최대 5년간 유예받을 수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기존에도 높았는데 계엄 사태 이후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며 “금리 하향 압박이 심화하면서 많은 보험사가 경과 조치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16조 불어난 요구불예금…투자처 찾아 ‘머니무브’할까=갈 곳을 잃고 대기하던 자금들도 불확실성이 일부 제거되면서 투자처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5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은 비상계엄 선포 전인 이달 3일 600조 2615억 원에서 12일 616조 3379억 원으로 2주도 안 돼 16조 원 넘게 늘었다. 탄핵 직후인 4일에는 하루 만에 8조 원대나 급증했고 12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상승세를 이어왔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금으로 이자율은 연 0.1% 수준으로 매우 낮지만 언제든 꺼낼 수 있기 때문에 대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융권에서는 개인 예금은 주로 주식시장·가상자산·펀드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고 기업 자금은 정기예금 같은 안전한 투자처로 움직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미국 주식·국채 등에 대한 투자가 안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잠시 투자처에서 돈을 빼려는 수요가 늘어 요구불예금 규모가 커졌던 것”이라며 “심각한 불확실성은 없어진 만큼 이제 다시 재테크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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