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만남 요청을 거절했다.
16일 일본 주요 매체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아키에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마러라고(플로리다주 트럼프 자택)에서 다시 만나 영광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작고한 남편인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고 그의 훌륭한 유산을 기렸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부부가 아키에 여사와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에 미국으로 찾아간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 교도통신은 CNN을 인용해 "아베 전 총리가 2022년 7월 피격 사망한 이후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아키에 여사에게 전화로 근황을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조기 회동을 추진했다가 불발된 상황에서 이 같은 만남이 성사된 것에 주목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트럼프와 만나려 했으나, 트럼프 당선인 측이 원칙적으로 내년 1월 취임 이전에는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차례로 만나며 이시바 총리만 머쓱한 상황이 됐다.
그런 트럼프가 현재 일본 정부에서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는 민간인 신분의 아키에 여사를 만난 배경엔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이시바 총리의 흔들리는 정치적 입지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시바가 내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 때까지 국민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면 선거 간판을 교체하자는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아키에 여사는 지난 총선에서 ‘옛 아베파’ 의원들의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여전히 일본 정치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