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에도 의대입시 진행중”…의료계, 법원·대학 등에 ‘증원 백지화’ 총공세

지역의사회·의협 회장후보 등 잇단 성명
대법원에 ‘의대 증원 가처분 소송’ 결정 촉구



16일 오전 충북대학교 대학본부 앞에 전국의대학부모연합이 설치한 의대 교육 정상화 촉구 근조화환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여세를 몰아 당정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미 전국 의대 39곳이 수시에서 3118명을 선발해 통보한 데다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이던 정권이 탄핵을 당해 사실상 기존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자 사법부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수험생과 의대생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대학입시계획 변경승인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의대 증원 변경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소송으로, 최초 체기 후 1심·2심이 기각됐고 지난 8월 대법원에 상고됐다. 입시 사건인 만큼 202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에 결정을 해달라는 서면 의견서를 20회에 걸쳐 대법원에 제출했지만 반년 가까이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신청인들의 주장이다.


의료계는 탄핵안 가결을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지난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에서 촉발된 의정갈등과 그로 인한 의료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색된 의정 관계는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라는 표현이 담기면서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상태다. 시작부터 삐걱였던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달 초 의사단체가 불참을 선언하며 운영이 중단됐고,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병원단체 3곳이 이탈하며 동력이 사라졌다.


의대 증원 이후 정부 등을 상대로 비슷한 가처분 신청이 여러 건 제기됐으나 이번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은 기각됐고, 여러 건의 본안 소송들은 아직 1심 결론도 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 해당 가처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신속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 소송에 대한 신속하고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진다면 윤 정권으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를 지킬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며 "법리에 따른 정의롭고 신속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윤석열 정권의 의료 파탄을 바로 잡고 대한민국 의료를 살릴 수 있는 법원의 역할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탄핵소추안 가결과 무관하게 지난 2월부터 의료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말살한 의료계엄 조치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를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 장·차관 및 교육부 장관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 관련 정책을 계속 진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대로라면 전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K-의료는 몰락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 자명하다"며 "그 오류가 명백히 드러난 윤 정권의 의료계엄, 의료 농단을 끝장내고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고 국민 건강을 지킬 첫 단추는 2025년 의대 입시의 즉각적인 중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을 향해 "대한민국 의료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인 만큼 의대 입시를 즉각적으로 중단시키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한 윤석열 정부가 국회의 탄핵소추로 무너지면서 의료개혁 추진이 사실상 중단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된 만큼, 의대 정원 증원도 원점에서 재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1월에 치러질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강희경·주수호 후보도 각각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인 강 후보는 "의대 증원 결정으로 고등교육법령상의 사전(수업 개시 1년 10개월 이전)예고제가 무너졌고 의대생의 학습권 또한 중대하고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법이 공정한 결정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35대 회장을 지낸 주 후보도 성명에서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고 파국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제는 사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의료농단이라는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은 현재 대법원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전국 40개 의대 총장과 정치권을 향해서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입장문에서 "교육부는 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으니 총장들이 나서서 정부의 교육 농단을 막아야 한다"며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국회와 정부는 윤석열의 '사이비 의료개혁'을 중지시키고,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각 의대는 지난 13일까지 수시 합격자 발표를 마쳤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기존 3058명에서 (약 50%) 증원된 1509명을 합쳐 총 4567명으로, 이 중 수시모집을 통해 합격자 총 3118명이 발표된 상태다. 이날부터 사흘간 수시 합격자 등록이 진행된다. 대학별로 추가 합격자 발표와 등록도 이어질 전망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 원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 왔는데, 수시 최초 합격자 등록이 끝나고 이달 말 정시 모집까지 시작하면 이러한 '대안'조차 더는 실현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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