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비트 매각 빈손에 태영 채권단 분통…산은 "우리도 몰랐다"[시그널]

매각대금 2조700억 KKR에 전부 귀속
산은 등 채권단 사이 잡음 커져


태영그룹이 2조 원이 넘는 에코비트 매각 대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채 해외 사모펀드 KKR에 모두 넘겨주면서 채권단 일각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태영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이번 매각 대금 미수령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하면서 태영건설(009410) 워크아웃과 얽힌 채권은행들 사이에서 잡음이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에코비트 매각 대금을 태영 측이 전혀 수령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우리도 몰랐다”면서 “(매각 대금 분배 방식은) 태영과 KKR의 주주간계약에 의한 것으로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363280)는 에코비트를 국내 사모펀드(PEF)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 완료했다. 총 매각가는 2조 700억 원이다.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지분을 50%씩 보유해온 데 따라 태영 측은 이번 매각 대금 중 절반인 1조350억 원을 수령할 것이라고 시장에 알려왔다.


그러나 이날 티와이홀딩스는 매각 대금으로 받는 금액이 4260억 원으로 확정됐다고 정정 공시했다. 회사가 지난해 초 KKR로부터 4000억 원을 차입했는데, 해당 원금과 이자 260억 원만 이번 매각 대금에서 상계한 뒤 나머지 돈을 전혀 수령하지 못한 것이다.


티와이홀딩스가 KKR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당시 주주간계약을 맺었던 게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한 배경인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 내 재무 위험 등으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면 KKR이 에코비트의 나머지 지분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주간 계약에 명시했고, 실제 태영건설이 지난해 말 워크아웃에 돌입하자 KKR은 이 계약을 앞세워 티와이홀딩스 측 지분까지 100%를 확보한 뒤 외부 매각에 성공했다.


문제는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에코비트 지분 매각 후 얻게 되는 현금을 태영건설에 직접 대여하겠다고 설명해 왔다는 점이라고 채권단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실제 티와이홀딩스는 올 해 1월 9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당시 채권단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에코비트 매각 대금이 태영건설 정상화에 긴히 쓰일 것으로 예상해왔다는 것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 자구안의 핵심 중 핵심이 에코비트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였다”면서 “태영 측 지분 50%를 높은 가격으로 매각해 이중 상당 부분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것으로 알고 워크아웃에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워크아웃 신청시 에코비트 지분이 즉시 주주간계약에 따라 몰취되고 KKR에 귀속 된다는데 대해 대부분 채권단에 알리지 않았다”며 “이번 발표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태영그룹 측은 에코비트 매각 직전 중간 배당으로 받은 대금 전체를 채권단에 담보로 추가 제공하는 등 회사 정상화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티와이홀딩스는 배당금 수령 직후인 지난 12일 1059억 원을 담보로 내놨다. 이로써 채권단은 기존에 태영 측이 맡긴 SBS 보통주 556만여 주와 블루원 보통주 107만여 주 등을 합해 총 3436억 원 이상을 담보로 확보한 상태다.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4000억 원 넘는 대출 부담을 털어냈고 상당한 액수 유동성도 확보한 만큼 태영건설의 조기 정상화에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출한 자구안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태영건설 유동성에 문제가 없어 워크아웃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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