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퍼 30세는 ‘롱런의 갈림길’?…20대의 끝에 선 고진영과 김효주가 꿈꾸는 ‘소렌스탐의 길’



내년 30세가 되는 고진영.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여자 프로골퍼에게 ‘30세’는 참 얄궂은 나이다. 30세가 되기 전에 경쟁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더 뜨거운 샷을 날리는 선수도 간혹 볼 수 있다. 여자골퍼 30세가 되면 ‘롱런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다.


2025년에는 대한민국 여자골프를 이끌던 두 명의 에이스가 30세가 된다. 최장 세계랭킹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고진영과 통산 6승을 거두고 있는 김효주가 내년 잇따라 30세로 접어든다. 또 대한민국 대표 장타자 김아림에게도 2025년은 30세가 되는 해다. 고진영이 1995년 7월 7일생, 김효주 1995년 7월 14일생 그리고 김아림은 1995년 10월 4일생이다.



2025년 30세가 되는 김효주.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30세를 앞둔 올해 고진영과 김효주의 샷은 예전만 하지 못했다. 고진영은 LPGA 데뷔 후 처음으로 올해 우승을 하지 못했고 최근 3년 동안 1승씩 올리며 한국 골프를 이끌던 김효주 역시 올해는 승수를 쌓지 못했다. 고진영은 2019년 2월 말부터 지켜왔던 세계랭킹 톱10 자리에서도 무려 5년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김효주의 세계랭킹은 23위까지 떨어졌다.


고진영과 김효주 뿐 아니라 LPGA 투어를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 주축 선수들의 평균 나이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전인 2018년 LPGA 투어에 뛰는 한국여자골퍼 중 상금랭킹 상위 10명의 평균 나이는 26.1세였다. 당시 상금 3위 박성현이 24세에 불과했고, 6위 유소연 27세, 7위 김세영 25세, 10위 고진영 22세, 15위 박인비 29세, 24위 양희영 28세, 25위 김효주 22세, 26위 전인지 23세, 28위 지은희 32세 그리고 상금 50위 김인경의 나이는 29세였다.



2025년 30세가 되는 김아림.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올해 LPGA 투어 한국 선수 중 상금랭킹 상위권 10명의 평균 나이는 28.7세다. 한국 선수 중 상금랭킹이 가장 높은 5위 유해란이 23세로 가장 어리고 상금 12위 양희영 35세, 13위 고진영 29세, 18위 임진희 26세, 22위 최혜진 25세, 23위 김아림 29세, 29위 김세영 31세, 32위 안나린 28세, 40위 신지은 32세, 44위 김효주 29세 등이다. 대한민국 주축 선수들의 평균 나이도 30세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여자골프 무대에서 30대는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나이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30대에 꽃을 활짝 피운 선수들도 없지 않다.


일단 LPGA 무대에는 1989년생 양희영이 있다. 지난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상금 랭킹 2위에 오르더니 올해는 KPMG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금 12위로 선전했다.



2025년 30세가 되는 렉시 톰프슨.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KLPGA 무대에서는 1993년생 배소현의 활약이 눈부셨다. 2011년 투어에 입회한 배소현은 31세가 된 올해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고 내친김에 시즌 3승까지 거두더니 상금랭킹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배소현을 더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30세가 되면서 투어의 대표 장타자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신인이던 2017년 드라이브 거리 71위(242.30야드)였던 배소현은 30세가 된 작년 처음으로 장타 톱10(8위·249.84야드)으로 들어왔고 올해는 5위(252.21야드)까지 치고 올랐다.



퍼팅 후 환하게 웃고 있는 김효주. 사진 제공=KLPGA


30대에도 나이 잊은 샷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로 1988년생 신지애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최대 목표로 삼았던 파리 올림픽 출전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달 초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전 세계 통산 승수를 ‘65승’으로 늘리는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30대에도 지치지 않는 샷을 날린 여자골퍼 중 최고는 단연 영원한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일 것이다. LPGA 투어 72승 중 54승을 30세 이후에 거뒀고 메이저 왕관 10개 중 8개를 30대에 썼다. 소렌스탐 이야말로 ‘노력’은 ‘나이’를 이길 수 있는 무기라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준 선수다.



티샷을 하고 있는 고진영.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고진영, 김효주와 동갑내기인 LPGA 스타가 또 한 명 있다. 미국의 대표 장타자 렉시 톰프슨이다. 2019년 6월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통산 11승째를 거둔 이후 우승 없이 준우승만 10번째 기록하던 톰프슨은 결국 “골프에선 이기는 것보다 지는 일이 많다. 계속 열심히 연습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비난을 받아 힘들었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톰프슨은 ‘30세의 기로’에서 일보 후퇴를 택했지만 고진영과 김효주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백의종군을 꿈꾸는 장수처럼 조용히 샷을 갈기 시작했다. 두 선수의 30세는 일보 전진하는 시간이 될 것인가. 2025년이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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