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국자가 비상계엄 선포 이틀 뒤 외신에 ‘계엄은 불가피한 대처’라는 정당성을 강조하는 정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알지도 못하고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정부 설명문을 이달 5일 일부 외신에 보낸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을 추궁했다.
이 자료에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불가피한 이유에 대한 설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고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추후 해명과 똑같은 취지의 항변을 서술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4일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관련해 외신 문의 응대 과정에서 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밝힌 입장과 비슷하지만 별도 자료다. 대통령실에서 외신을 담당하는 비서관실 쪽에서 직접 작성한 것으로, 대통령실 근무 경력이 있는 유 부대변인에게 대신 전달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대변인은 이날 외통위에서 “개인적으로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달을) 요청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했던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자료를 일부 외신에 전달하면서 대통령실 자료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이 외교부에 정식으로 하달한 자료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를 전달한 5일은 3일 밤 선포된 비상계엄이 위헌적이라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계엄 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조 장관을 비롯한 대부분 국무위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점이 알려지던 시점이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 사안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외교부 공식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진혁 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