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책임론에 직면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사퇴했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에 퇴장함으로써 국민의힘은 2020년 9월 창당 후 약 4년 3개월 만에 여섯 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한 대표는 ‘여당 속 야당’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그 과정에서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이 증폭됐다. 그는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 해제 결의안 표결에 여당 의원 18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계엄 사태 대응 과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 저지-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정지-질서 있는 퇴진-탄핵 찬성’ 등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가 궐위된 만큼 당헌에 따라 친윤계의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맡아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계엄·탄핵 정국에서 붕괴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전면적인 쇄신과 변화를 통해 책임 있는 여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선 윤 대통령의 독선·독주의 국정운영과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계엄 비호’라는 비난을 더 이상 받지 않으려면 ‘군대를 동원한 정치’가 재발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의 헌법정신을 제대로 세우고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추는 정치를 하는 게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무사안일·무능력·무책임 등의 ‘3무(無) 정당’이란 비아냥을 들어왔다. 게다가 진흙탕 계파 싸움을 벌여왔다. 국민의힘이 ‘3무 정당’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치열하게 실력을 쌓으면서 국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책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계파와 대선주자 간 집안싸움을 멈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더 큰 역풍을 맞아 당뿐 아니라 보수 세력 전반이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