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DNA로 암 전이·재발 예방…‘이이제이’ 기술 나왔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코넬의대 공동 연구
세포 밖 소포체에 DNA 담기는 원리 규명

연구팀은 전장 유전체 분석(왼쪽) 결과 세포밖 소포체에 DNA를 담는 과정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유전자가 인체 내에서 면역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로 알려진 APAF1, NCF1임을 확인하고 간 전이 마우스 모델에서 세포 밖 소포체의 DNA 암 전이 예방 과정을 확인했다. 사진 제공=연세암병원

종양에서 분비되는 DNA를 이용해 암 전이와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적군을 다른 적군과 싸우게 하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치료 전략이다.


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데이빗 라이든 코넬의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세포밖 소포체에 DNA가 담기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 DNA가 인체 조직에서 면역반응을 일으켜 암 재발과 전이를 예방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세포는 기능 유지와 신호전달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작은 막성 소포체 또는 입자를 분비한다. 이러한 세포막 소포체와 입자에는 DNA, miRNA, mRNA 외에도 단백질을 포함한 여러 생분자 물질이 포함된다. 이들이 표적세포에 도달해 물질교환을 함으로써 세포 간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가 어떻게 세포밖 소포체에 담기는지, 생물학적 의미와 암 전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제공=연세암병원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시행한 결과 세포밖 소포체에 담겨있는 DNA가 세포밖 소포체의 막성 구조를 중심으로 30%는 내부에, 70%는 외부에 붙은 채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DNA가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요소인 히스톤으로 패키징 돼 있는 데서 세포밖 소포체에 담겨있는 DNA가 인체의 면역반응을 유도할 것이란 추정을 내놨다. 또 세포밖 소포체에 DNA를 담는 과정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유전자가 인체 내 면역 발생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APAF1, NCF1 유전자임을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밖 소포체에 담긴 DNA가 면역반응을 유도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 대장암 2-3기 환자의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세포밖 소포체에 담긴 DNA가 많은 그룹은 전이에 의한 암 재발이 4%(52명 중 2명)로 유의하게 적었다. 반면 DNA 양이 적은 그룹은 25%(53명 중 13명)로 암 재발 비율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 전이 마우스 모델에서도 종양에서 분비되는 세포밖 소포체의 DNA가 간에서 대식세포인 쿠퍼세포에 섭취돼 DNA 손상 반응을 유도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싸이토카인을 분비하며 3차 림프구조를 간에 형성함으로써 암 전이를 예방하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종양에서 분비되는 DNA가 전이 조직 장기에 면역 반응을 일으켜 암 전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세포밖 소포체를 활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계 신진 후속 연구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MEDI 융합인재 양성지원사업 현장 수요 연계형 글로벌 인재육성 및 신진 의사과학자 양성지원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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