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필리핀 모터스포츠 영웅과 함께 달린 레이스카 - 1963 로터스 타입 22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활약한 필리핀의 영웅
다양한 커리어 활동으로 모두의 시선 끌어
마카오 그랑프리의 첫 사망자라는 흑역사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과 함께 달린 로터스 타입 22. 김학수 기자



팬데믹 이후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미래의 포뮬러 스타를 엿볼 수 있는 FIA FR 월드컵과 GT 레이스 최강자를 가리는 FIA GT 월드컵, 그리고 금호타이어가 후원하는 금호 FIA TCR 월드 투어 등 다양한 국제 대회와 지역 대회 등이 펼쳐지며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와 더불어 마카오 그랑프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 특별한 공간 ‘마카오 그랑프리’ 역시 재개장 공사와 팬데믹으로 닫힌 문을 열고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었다.

전시된 여러 레이스카 중 ‘필리핀의 영웅’과 함께 한 로터스 타입 22는 어떤 차량일까?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과 함께 달린 로터스 타입 22. 김학수 기자

로터스의 포뮬러 ‘로터스 타입 22′

마카오 그랑프리 박물관에 전시된 첫 번째 포뮬러 레이스카가 바로 ‘로터스 타입 22’다. 로터스 타입 22는 지난 1962년부터 1965년까지 레이스 무대에서 활약한 포뮬러 레이스카로 전세계 단 77대만 생산되었다. 기술적으로는 로터스의 ‘포뮬러 주니어(Formula Junior)’ 레이스카의 계보를 잇는다.

참고로 포뮬러 주니어는 1958년 처음 선보인 레이스 카테고리로 일종의 ‘엔트리 포뮬러 레이스’의 대표격이었다. 실제 1.0L 급 엔진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제조사들이 해당 레이스를 위한 레이스카를 개발, 공급했다. 로터스 역시 이러한 브랜드 중 하나였다.

로터스 타입 22는 기술적으로는 로터스 타입 20을 기반으로 개발되된 레이스카로 차량의 형태, 기본적인 구성 등에 있어서도 상당히 유사하다. 레이스카의 전장은 3,528mm 남짓한 수준이며 휠베이스는 2,284mm이다. 여기에 매끄러운 차체 형태를 앞세운 덕분에 더욱 민첩한 운동 성능을 예고한다.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과 함께 달린 로터스 타입 22. 김학수 기자

엔트리 포뮬러 레이스카를 지향한 포뮬러 주니어에 기반을 둔 만큼 로터스 타입 22은 비교적 단조로운 형태를 하고 있으며 서스펜션 패키지, 브레이크 시스템 등에서도 간결한 모습을 갖췄다. 더불어 시트 및 스티어링 휠 등의 구성, 연출 등도 무척 간단한 것을 볼 수 있다.

시트 뒤쪽에는 포드 ‘코스워스’ 직렬 4기통 1,098cc 엔진(109E)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차량의 성능은 103마력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 자체는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400kg 남짓한 가벼운 무게를 갖춘 만큼 트랙 위에서의 움직임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과 함께 달린 로터스 타입 22. 김학수 기자

필피핀 모터스포츠 영웅의 파트너

흰 차체가 돋보이는 로터스 타입 2222가 더욱 특별한 것은 바로 ‘필리핀 모터스포츠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Arsenio ‘Dodjie’ Laurel)과 함께 한 레이스카라는 점이다.

1931년 필리핀에서 태어난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은 일제 치하의 필리핀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와 가문의 후광 아래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 여기에 스스로도 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필리핀 최초의 모터스포츠’를 기획하고, 개최한 선구자이기도 했다.

마카오 그랑프리에 출사표를 낸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은 두 번째 대회인 1962년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포디엄 정상에 올랐다. 이어 1963년 역시 다시 한 번 포디엄 정상에 오르며 역사 상 최초의 ‘마카오 그랑프리 2연승’을 달성한 드라이버로 기록됐다.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과 함께 달린 로터스 타입 22. 김학수 기자

이후 성공적인 레이싱 드라이버 커리어를 쌓은 그는 다채로운 레이스카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대 가장 성공적인 싱글 시터 커리어를 쌓은 아시아 레이싱 드라이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필리핀 최초의 카트 트랙을 개장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다시 한 번 포디엄 정상을 향하며 참전한 1967년의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최악의 상황을 마주했다. 로터스 41과 함께 대회에 나선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은 결승 3랩 상황에서 현 만다린 밴드의 외벽에 충돌, 그대로 사망하며 ‘마카오 그랑프리의 첫 사망자’가 되었다.

당시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함께 달린 경쟁자이자’시어도어 레이싱’을 이끌던 테디 입 시니어(Teddy Yip Sr.)은 그의 사망에 유감을 전하며 그대로 레이스를 포기,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당시 아르세니오 ‘도지’ 로렐의 나이는 35세에 불과했다. 이후 필리핀에는 그를 기리는 경기장이 건립됐고, 훗날 ‘필리핀 모터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마카오 그랑프리 박물관. 사진 김학수 기자

한편 마카오의 주요 관광지로 자리 잡은 마카오 그랑프리 박물관은 지난 1993년 제40회 마카오 그랑프리를 기념하며 개장된 ‘모터스포츠 전문 박물관’이며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재개장 공사를 거쳐 지난 2021년 6월 다시 문을 열였다.

마카오 그랑프리 박물관에는 마카오 그랑프리를 빛냈던 다양한 모터사이클은 물론이고 포뮬러 레이스카, 투어링카 그리고 GT 레이스카가 전시되어 있다. 또한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시설 역시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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