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대기업의 인수·합병(M&A) 투자 규모가 40%가량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같은 대형 인수 건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대체로 글로벌 시장 불안과 내수 침체 등으로 M&A 투자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361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M&A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3일 기준 올해 M&A 투자 규모는 총 8조 5808억 원으로 전년(14조 1297억 원) 대비 39.3% 감소했다.
올해 완료된 M&A 건수는 총 50건으로, 전년(87건) 대비 42.5% 급감했다. 2022년 M&A 건수(150건)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1조 원 이상 대형 M&A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유일할 정도로 주요 대기업은 M&A 투자에 몸을 사렸다.
특히 2022년 15건, 2023년 8건 등 그간 공격적 M&A를 통해 영토를 확장했던 카카오는 올해는 테인스밸리 인수 1건에 그쳤다. SK(2022년 7건, 2023년 6건)와 네이버(2022년 6건, 2023년 3건) 역시 올해는 눈에 띄는 M&A를 하지 않았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M&A는 단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다. 대한항공은 지난 11일 신주 인수 대금 잔금 8000억 원을 납입하며 4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총 1조 5000억 원을 투입해 지분 63.88%를 확보했으며, 2020년 매입한 전환사채 3000억 원을 포함하면 총 인수금액은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이로써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화그룹의 해양 부문 강화 전략도 눈에 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과 손잡고 싱가포르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부유식 해양 설비 전문업체 다이나맥의 지분 95.15%를 8207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글로벌 해양 에너지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E1은 에너지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운영하는 평택에너지서비스를 5943억 원에 인수했으며, 금융 부문 강화를 위해 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의 지분 60.98%도 확보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이미 보유한 39.38% 지분에 더해 24만 9500주를 6321억 원에 추가 매입했으며, 내년 4월까지 잔여 주식도 확보해 완전 계열사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LS일렉트릭의 활발한 M&A 행보다. 총 5건의 인수를 통해 KOC전기(592억 원), 티라유텍(385억 원) 등을 품에 안으며 전기·전자 부문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시장의 눈은 내년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한온시스템 인수,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전, 한화시스템-한화오션의 필리핀 조선소 인수 등 대형 거래들이 대기 중이다. 특히 금융권의 대형 거래들이 본격화되면서 내년 M&A 시장은 올해보다 역동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