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사 정비사업 수주목표 축소…양극화 심해지나

재건축 활성화 법안 표류
내년 목표치 20% 하향
"지방은 더 어려워질 것"
압구정·한남 등 선정 앞둬
대형사는 목표 잇단 상향

사진 설명


중견 건설사들이 내년도 정비사업 수주 목표액을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법안 통과가 줄줄이 좌초되면서 사업이 멈추는 조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대형 건설사가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는 압구정·한남 등 서울 부촌 지역은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에 착수하는 만큼 건설업계의 수주 양극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견 기업인 A 건설사는 내년 정비사업 수주 목표액을 계획보다 약 20%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 대상 대부분이 지방에 몰려있는데, 사업성이 확보되는 곳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 건설사는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할 조합의 비례율 기준을 높여 잡기로 했다. 수익성이 높은 정비사업 위주로 선별 수주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비례율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판가름하는 주요 지표다. 통상 비례율이 100%를 넘기면 사업성이 좋은 곳으로, 100%를 밑돌면 낮은 곳으로 평가한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비례율이 높아지려면 분양가는 비싸지고, 공사비는 하락해야 하는데 시장 침체와 환율 상승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입찰 참여 비례율 기준을 100%에서 120%로 높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이 수주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나선 건 정비사업 수주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기간을 최장 3년 앞당기는 것을 골자로 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재건축 특례법)’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이 탄핵 이슈에 밀려 국회에 발이 묶여있는 것도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재건축 특례법은 3종 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을 기존 300%에서 330%로 높여주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안 통과가 불발되면 서울 외곽과 지방 등 집값이 낮은 지역은 사업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13일 서울에서 개최한 내년도 정비사업 주요 정책 설명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설명회에 참가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 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제시되지 않아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내년도 수주 목표액을 올해보다 높여 잡고 있다. 압구정과 한남·성수 등 서울의 굵직한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총 공사비가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다음 달 1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다. 이는 대형 건설사의 한해 정비사업 수주액과 맞먹는 금액이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조합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사비가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강남구 압구정3구역과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 등도 내년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 규모에 따라 정비사업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업계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1월 대기업 건설사(시공능력 30위 이내)와 중견 건설사(300위 이내)의 실적전망지수 차이는 11.9로 전년 동월(11.1)보다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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