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체인 A 기업은 올해 초 자사가 발명한 반도체 소자 제조 장치 및 장치용 부품 등에 대해 첨단기술 분야 우선심사를 신청했다. 출원 후 심사를 거쳐 특허 등록이 완료되기 까지 걸린 시간은 5개월 20일이었다. A 기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반도체 관련 특허를 출원하면 심사 개시까지 1년 반 정도가 걸리고 등록을 하기까지는 2년 이상 걸렸는데 이번에는 심사가 생각지도 못하게 빠르게 진행돼 정말 놀랐다”고 전했다.
통상 2년 정도 걸렸던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특허 등록 기간이 특허청의 특허심사 패키지 지원에 힘입어 6개월 수준으로 대폭 단축됐다. 특허심사 패키지 지원 체계는 특허청이 첨단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조직과 인력, 제도를 망라해 맞춤형으로 구축한 제도다. 특허청은 앞으로도 지식재산 규제혁신을 통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방침이다.
18일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청이 2022년 11월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제를 도입한 이후 통상 16개월 걸렸던 특허 출원 후 심사 착수(퍼스트 액션)까지의 기간이 1.9개월로 줄어들었다. 퍼스트 액션 이후 심사를 통해 최종 특허 등록까지 걸리는 기간도 짧으면 6개월이 채 안되기도 한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이런 획기적인 특허 등록 기간 단축은 첨단 산업 특허 출원 건수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를 더한다. 실제 2019년 2만 3091건이었던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반도체 특허 출원 건수는 지난해 2만 8181건으로 4년 새 22.0% 증가했다. 이차전지의 경우 같은 기간 8777건에서 1만 4396건으로 무려 64.0% 수직상승했다. 이 기간 합산 출원 건수는 3만 1868건에서 4만 2577건으로 33.6% 증가했다. 첨단 산업 관련 특허 우선심사 청구 건수는 2022년 3건에서 올해 10월 기준 331건으로 늘었다.
특허 등록 기간 단축에는 특허심사 패키지 지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허청은 첨단산업 특허 출원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 기술의 권리화가 지연될 우려가 커지자 2022년 11월 반도체를, 2023년 11월 디스플레이를, 2024년 2월 이차전지를 각각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첨단산업 분야 민간전문가 105명을 특허심사관으로 채용하고 반도체심사추진단 및 이차전지 특허심사를 전담할 3개 심사과를 신설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민간 퇴직 인력을 활용해 특허심사의 기술 전문성을 높여 우리 기업들이 핵심 기술을 신속히 권리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기술 유출의 46%를 차지하는 퇴직자의 의한 기술 유출까지 방지해 다각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청은 내년 우선심사제 대상을 바이오 분야로까지 넓힐 계획이다. 특허청의 지식재산 규제혁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특허청은 올해 8월 시행된 산업재산정보법에 따라 연구개발(R&D)·산업지원을 위해 특허정보를 빅데이터화했다. 이를 통해 업계가 기술동향을 파악하고 중복연구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왔다. 특허청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첨단산업 기술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구영민 특허청 기획조정관은 “지식재산 분야 규제 개선으로 적극 행정으로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술 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지식 재산 기반의 역동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