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에 고환율·침체까지…성장공식 바꿔야

■이제는 경제다 <4> 중장기 로드맵 전환 시급
탄핵가결 후 환율 1430원대 지속
저성장 속 내년 고율 관세도 예고
中 둔화에 對中 수출 타격 가능성
업종별 정책 차별화·특단책 필요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4원 내린 1435.5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구두 개입과 외국인 증시 순매수에 4거래일 만에 하락했지만 이달 9일 1432.0원을 찍은 이후 6일째 1430원대다. 이날도 0.1원 오른 1439.0원에 출발해 1440원 선을 위협했다. 당국은 “시간이 흐르면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한국 경제가 트럼프 쇼크와 고환율, 저성장의 시대를 맞고 있다. 1400원대의 환율이 ‘뉴노멀’이 되고 있고 수출 증가율 감소와 1%대 성장의 늪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서조차 구조 개혁 없이는 저성장·저물가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국정동력에 한계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새 성장 로드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환율이 문제다. 지난달 3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촉발된 고환율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자원이 없는 한국은 고환율이 길어지면 물가에도 부담을 준다.


특히 내년은 글로벌 통상·무역에 대전환의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상대로 60%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취임과 동시에 미중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상대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올 11월 기준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159억 달러, 중국은 1212억 달러다. 두 나라의 수출 비중만 40%에 이른다. 이 중 중국의 성장 둔화는 한국의 수출과 성장 감소를 불러온다. 위안화와 연동된 원화도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 이뤄지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6% 이상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재정정책 스탠스가 긴축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이거보다는 확장을 해야 거시경제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통화정책도 경기가 안 좋은 만큼 완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장의 밑그림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제조업 내에서도 자동차는 좋고 철강·석유화학 등은 어려운 만큼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초위기, 위기, 정상 업종 등 위기 단계별로 중기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적으로 고쳐야 할 것들은 너무 많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며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려면 여야가 협력해 정부를 돕는 모습을 외부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기 로드맵 작성과 함께 발등의 불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과 경기부양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시장이나 자영업자 대상 소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소비를 촉진하고 내수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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