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美 바이오텍 첫 투자…바이오로직스와 시너지 기대

홀딩스, CVC투자 통해 지원사격
CDMO 기업 로직스와 협업 기대
신규고객 확보 상업화 연결 전략
장남 신유열 1년만에 부사장 승진
미래먹거리 바이오 사업 진두지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캠퍼스 착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그룹이 설립한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이 첫 투자 대상으로 미국의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를 선택했다. 바이오벤처를 발굴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롯데바이오로직스와 협업을 모색한다는 롯데그룹의 전략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HD현대(267250)도 신약 개발 법인을 설립하는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바이오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설립한 CVC는 최근 미국 소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인 ‘누빅테라퓨틱스’의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전체 1억 60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투자에 롯데홀딩스 이외에 사노피, 바이엘의 투자 법인과 노보홀딩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도 참여했다. 누빅테라퓨틱스는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CIDP) 등 자가면역질환을 타깃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NVG-2089)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롯데홀딩스가 올해 약 300억 원 규모의 CVC를 설립한 이후 알려진 첫 사례다. 눈에 띄는 점은 롯데바이오로직스와의 연결 고리다. 롯데홀딩스는 CVC 설립 당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협업 가능성이 높은 항체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 대상 기업이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수주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임상 단계의 신약 개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해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상업화까지 계약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CDMO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린 바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지난 7월 송도 바이오캠퍼스 착공식을 열고 투자를 본격화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롯데홀딩스가 CVC 투자로 후방 지원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12월 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고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1·2·3공장을 각각 2025년, 2027년, 2030년 준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말 완공되는 1공장의 상업생산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이를 위해 롯데지주(004990)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2022년부터 현재까지 출자한 금액은 총 4587억 원에 이른다.


투자 시기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의 승진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신 부사장은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에 오른 지 1년 만인 지난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로 승진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해왔다. 롯데그룹의 국내외 신사업, 신기술 기회 발굴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올해는 롯데지주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CDMO 등 신사업과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부사장의 경영 성과가 바이오 사업의 성패에 달려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의 성과를 승계 작업과 연결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각각 80%,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승진 직후 롯데지주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총 0.02%(1만 6416주)로 늘렸다. 신 부사장은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꾸준히 롯데지주 지분을 장내에서 매수하고 있다. 올 6월에는 7541주(1억 9502만 원), 9월에는 4255주(1억 405만 원)를 각각 매입했다.


한편 국내 10대 기업인 HD현대그룹도 신약 개발 사업을 본격화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최근 신규 법인 ‘AMC사이언스’를 설립하고 지분 100%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하면서다.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HD현대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것이다. AMC는 서울아산병원의 영문 이름(Asan Medical Center)에서 따왔다. AMC사이언스는 아산병원의 인프라를 활용해 신약 연구개발(R&D)에 나선다. HD현대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HD현대미래파트너스의 부지홍 대표가 AMC사이언스의 대표를 맡는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설립하고 삼성서울병원 인프라를 활용하는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 육성 전략을 본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