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에 '회전문 창업'도 급감…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사상 최고

[창업기업 역대 최저]
◆ 한계 봉착한 소상공인
'3고' 장기화에 자영업 환경 악화
지난달까지 공제금 1.6조 달해
경기도는 폐업률이 개업률 넘어
추가 금리인하·추경 등 지원 시급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 장기화에 고용시장 위축은 물론 창업 사례마저 줄어드는 내수 경제 위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 불황에 폐업은 늘고 있고, 그렇다고 다시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기는 두려운 상황이 소상공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생존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1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폐업 등의 이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노란우산 공제금은 지난달 기준 1조 6304억 원(11만 37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전년 대비 15.56% 증가하며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지난해 1조 5518억 원(11만 9626건)을 이미 훌쩍 넘어선 것은 물론 지금까지 노란우산 공제금 규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월평균 1500억 원 이상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공제금 규모는 1조 8000억 원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와 내수 회복 지연, 이에 따른 채무 부담 증가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소비·판매의 디지털·온라인화로 불법 광고 대행, 노쇼, 악의적인 리뷰·댓글 등 새로운 형태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소상공인들이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상공인(자영업) 대출 규모는 1056조 원(올해 1분기 기준)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고금리 영향에 자영업자 연체율은 1.52%로 가계대출 대비 0.54%포인트 높고 상승세로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차주) 연체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0.2%로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된 자영업자가 양산되는 추세다. 소상공인 중 영세 소상공인들이 더욱 경기 불황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 탓에 영세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개인 창업자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통계청의 업종별 창업기업 수 가운데 개인 창업 건수는 9월의 경우 7만 5676개로 올해 1월 11만 1584개 대비 32.18% 급감했다. 지난해 동월 8만 4207개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수치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주로 하는 식당, 숙박 부동산 등이 크게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경기도의 경우 소상공인 폐업률이 개업률을 넘어서기도 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발간한 ‘2024년 상반기 경기도 소상공인, 개업보다 많은 폐업’에 따르면 올해 개업 점포 수는 3만 3213개로 감소한 반면 폐업 점포 수는 3만 3555개로 나타났다. 국내 자영업 위기를 초래한 주범 중 하나인 폐업한 자영업자가 비슷한 업종의 창업을 다시 하는 이른바 ‘회전문 창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창업 자체가 줄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창업이 월급쟁이보다 낫다는 말에 창업을 많이 했는데 코로나 이후 심각한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사람들이 보고 들으면서 창업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온라인플랫폼 확대, 알리와 같은 저가 공세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소상공인들의 설 땅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은 줄고 폐업은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시급히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지역사랑상품권 확대를 비롯해 소득공제율 확대, 한시적 세제 완화 등 특단의 대책과 함께 일련의 상황으로 소상공인들의 기반이 무너진 점을 감안해 고용 안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창업 시장 안전장치 마련에서 더 나아가 인구구조를 포함,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 변화에 맞춰 정년 연장 등 제도적 변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성 인구 축소와 오후 9시면 식당이 문을 닫을 정도로 달라진 외식 문화 등 구조적 변화로 앞으로 소비가 이전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퇴직 후 불확실성이 높은 창업보다는 정년 연장을 통한 임금 근로자 확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정년 연장은 필수불가결한 과제로 퇴직후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기존보다 임금은 낮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퇴직자들의 노하우도 살리고 젊은층의 취업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계도 임금과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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