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이 한국 정부의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미국 상무부에서 현대제철 등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결정과 관련 자국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국내 철강 업계는 한숨을 돌렸지만 미국 정부가 논리를 보강해 항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현대제철에 0.5%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결정과 관련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9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해 일종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전체 상계관세 중 전기요금과 관련한 상계관세는 약 0.5%라고 봤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된 품목이 수입국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할 경우 수입 당국이 해당 품목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다.
현대제철 등 국내 수출기업은 즉각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 역시 3자로 참여해 원고인 현대제철과 공동 대응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단순히 전기사용량만 볼 게 아니라 상대적인 수치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전기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널리 사용되는 재화는 정부의 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사건을 접수한 CIT는 1년여의 검토 끝에 현대제철 등 국내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상무부는 여전히 값싼 전기요금이 한국 정부 보조금이라는 입장을 굳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판정 후 90일 이내에 특정성과 관련된 기존 판단을 수정해 CIT에 제출해야 한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기업·국내외 로펌과 긴밀한 협의 및 외부 자문 등을 통해 새 방어 논리를 적극 개발했다”며 “향후 절차에서도 전기요금 상계관세 이슈에 총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