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검·경의 '밥그릇 싸움'

◆이승령 사회부 기자
검·경·공수처 수사 경쟁 과열화
우여곡절 끝 '공조본' 결성에도
서로 '딴지'에 수사 혼선 이어져
검·경, 공수처로 尹 등 넘겼지만
군 인사 등 수사 대상 아직 산적
다가오는 특검에 서로 협조해야


“검찰에 뒤지지 않도록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경쟁 속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게 선의의 경쟁이 맞나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문턱은 넘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지만 이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각 기관들의 수싸움은 지속되고 있다. 소환과 구속·압수수색이 잇따르는 모습은 마치 속도감 넘치는 힘 있는 수사로 비쳐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항간에 떠도는 수사 ‘경쟁 심리’가 허울뿐인 소문은 아니라는 것이 수사기관 내·외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각 기관이 각자 수사를 이어가던 이달 11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우여곡절 끝에 공조수사본부를 결성했다. 경찰청 국수본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공조본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복 수사로 인한 혼선과 비효율의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검찰이 빠지고 내란 가담 논란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포함되며 신뢰도를 다소 하락시키고 있다.


공조본 결성 이후에도 불협화음은 이어졌다. 이달 16일 검찰은 경찰이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을 긴급체포한 것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도 곧바로 검찰 결정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다행히 18일 검찰이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면서 경쟁적인 수사 행태에 대한 우려가 조금은 누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사건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공조본과의 수사 혼선 우려가 완전 불식된 것은 아니다.


앞서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내란 수사는 또 다른 변곡점을 앞두고 있다. 특검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수사의 칼날이 내란 혐의자들을 향해 겨눠질 예정인 가운데 검·경·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광장에 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경쟁 속에서 이뤄지는 수사의 속도보다 명확한 책임 소재와 사실관계의 규명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성된 공조본과 검찰에 다가오는 특검에서 ‘밥그릇 싸움’ 보다는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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