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 그룹주가 모처럼 날아올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를 예고한 데다 닛산과 혼다의 합병 소식이 일본 완성차 업체의 구조조정 신호탄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사이익 기대감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4.84% 오른 21만 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000270)(6.37%), 현대모비스(012330)(5.22%), 현대글로비스(086280)(3.83%) 등 그룹주 전체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상승률(1.12%)을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주가를 끌어올린 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10월(3647억 원), 11월(2877억 원), 12월(2052억 원, 17일 기준)까지 석 달째 현대차를 팔아 치웠지만 이날은 253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기아 역시 이달 들어 17일까지 706억 원 이상 ‘팔자’에서 이날은 554억 원 순매수했다. 기아와 현대차는 각각 이날 외국인 순매수 1위, 4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교통부의 최우선 과제로 자율주행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꼽힌다.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자동차 충돌 사고 보고’ 규정을 폐지할 것을 차기 행정부에 권고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충돌 전 30초 이내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또는 자율주행 기술이 작동한 경우 자동차 제조사는 충돌 사고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만약 해당 규정이 폐지된다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에서 공식 철수하면서 경쟁사인 구글 웨이모와 자율주행 동맹을 체결한 현대차에도 반사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에스오에스랩(464080)(23.23%), 넥스트칩(396270)(14.59%), 라이콤(388790)(4.11%), 스마트레이더시스템(424960)(3.16%) 등 국내 자율주행 관련주들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아울러 일본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경영 통합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현대차 순위가 세계 4위로 밀려나지만 일본 완성차 업체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해 되레 미국·유럽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체가 올해 하반기 주가 조정 국면에 있는 가운데 현대차·기아 주가 수준은 역사적으로도 저평가 구간이라고 보고 있다. 조희승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2기의 보편적 관세 10% 도입에 따른 감익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대 4.5배, 기아 3.9배에 불과해 글로벌 동종 업계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주주 환원이 시작되는 만큼 주가는 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