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 시장을 두고 국내 자산운용사들 사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성장이 눈에 띈다. 운용사 핵심 사업으로 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는 물론 고령층 인구 증가로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투운용의 순자산액은 지난달 말 기준 71조 원으로 올해에만 16조 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ETF 시장에서 성장이 눈에 띈다. 한투운용의 ‘ACE’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해 말 5조 9179억 원에서 지난 16일 기준 12조 7000억 원으로 일 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해 말 4.89%에서 7.41%까지 빠르게 늘며 3위 KB자산운용(7.58%)과 차이를 1%포인트 이내로 추격했다.
타 운용사들보다 한발 앞서 반도체 관련 세계 거대 기업(빅테크) ETF 개발에 집중한 전략이 유효했다. 지난 2022년 한투운용은 반도체 산업 내 4개 분야(메모리·비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선두 기업에 집중 투자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솔액티브’ ETF를 출시하며 일찌감치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해당 펀드는 TSMC, 엔비디아, SK하이닉스, ASML 등 빅테크를 고루 담으며 올 들어 6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순자산은 이날 기준 3899억 원으로 지난해 말 1112억 원 대비 3.5배 증가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개인 순매수액은 1079억 원으로 전체 유입 자금 1844억 원 중 60% 가까이 차지했다.
미국 빅테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도 인기를 끌고 있다. ‘ACE 미국빅테크TOP7Plus’ ETF는 미국 나스닥거래소에 상장된 빅테크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편입한다. 그중에서도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꾸준한 이익 성장세와 더불어 과감한 투자로 인공지능(AI) 혁명을 이끄는 미국 빅테크 상위 7개 기업의 편입 비중을 높여 고수익을 추구한다. 해당 ETF는 올 들어 75.96% 수익률을 올리며 국내 상장된 빅테크 관련 ETF 20종 중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고 1위를 기록했다. 순자산 역시 올 들어 1859억 원의 개인 자금이 순유입되며 5000억 원을 넘어섰다,
한투운용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타겟데이트펀드(TDF) 시장에서 남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 시리즈는 지난 16일 퇴직연금클래스 기준 전 빈티지에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빈티지별 2위와의 격차도 3.07~5.90%포인트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해당 펀드 시리즈의 설정액은 2296억 원으로 지난해 말 1793억 원 대비 4배 넘게 성장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따라 자산을 배분해 주는 퇴직연금 상품이다. 초기에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 목표 시점(투자자의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현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인다. 상품명 뒤에는 ‘2040’ ‘2050’ 등 빈티지(목표로 하는 은퇴 연도)가 붙는데 이에 맞춰 해당 TDF의 자산 배분이 결정된다.
작년부터 운용을 시작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김로보(KimRobo)'의 성과도 남다르다.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16일 기준 김로보 전체 알고리즘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24.61%에 달한다. 이는 코스콤에서 진행 중인 ‘제22차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정기 심사’를 통과한 전체 17개 참여업체별 평균 누적 수익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공모펀드에서도 잇달아 성과를 올리고 있다. 국내 최대 회사채 공모펀드인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펀드’ 시리즈 설정액은 13일 기준 1조 9253억 원으로 2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279.59% 증가한 수치기도 하다. 해당 펀드 시리즈는 국내 회사채 공모펀드 가운데 3년 수익률 14.47%로 가장 높다(C-W클래스 기준). 1년 및 설정 이후 수익률은 각각 6.55%, 22.63%를 기록 중이다. 저평가 종목 선별을 통해 동일 유형 상품 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에는 손익차등형 공모펀드인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펀드가 목표수익률 20%를 달성해 조기상환 되기도 했다. 해당 펀드는 지난해 8월 출시한 1호 손익차등형 공모펀드로 3년 만기 상품이지만, 인공지능, 반도체 등 7개 신성장 테마의 해외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덕택이다.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도 약진 중이다. ‘한국투자글로벌AI&반도체TOP10UH(S-R)’ 펀드는 전체 해외주식형 공모펀드 중 최근 1년과 올해 수익률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해당 펀드의 최근 1년, 올해, 6개월 수익률은 각각 61.23%, 58.04%, 13.92%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올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상품 개발과 마케팅, 운용의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했기 때문”이라며 “'고객이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라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운용 전략을 추진한 덕분에 수익률 측면에서도 상위권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우수한 성과 유지와 동시에 양질의 투자 전략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