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진이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국제학술지 네이처 논문을 공동 발표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차세대 신약 재료인 인공 단백질을 만드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은 이상민 화학공학과 교수와 베이커 교수 공동 연구팀이 AI를 활용해 바이러스의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모방한 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네이처에 이날 게재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케이지’는 세포에 치료용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 침투해 스스로를 복제하는 바이러스를 모방해 세포에 이로운 유전자를 심는 인공 단백질인 나노케이지가 차세대 백신과 치료제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나노케이지는 크기가 작아 담을 수 있는 유전자의 양이 제한됐고 구조가 단순해 바이러스처럼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AI 기반 전산 설계 기법을 도입해 바이러스를 더 정교하게 모방한 나노케이지를 만들었다. 바이러스는 대칭적 구조를 가졌지만 미세하게 어긋난 부분이 있다. 이 부분까지 AI로 모방한 것이다. 지름은 기존보다 3배 긴 최장 75nm(나노미터·1억 분의 1m)로 더 많은 유전자를 담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나노케이지가 세포까지 성공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2021년 2월부터 2년 9개월 동안 베이커 교수 연구실에서 포스트닥터(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올해 1월 포스텍에 합류했다. 베이커 교수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경쟁 모델로 평가받는 단백질 분석 AI 모델 ‘로제타’를 개발해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 교수는 “AI의 발전으로 인류가 원하는 인공 단백질을 설계하고 조립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유전자 치료제는 물론 차세대 백신 등 다양한 의·생명 분야의 혁신적인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