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불황…미술시장 '프리즈' 이전으로 돌아갔다

올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 1151억 원
'프리즈 서울'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복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미술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의 매출은 지난해 75% 수준에 그쳐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국내 10개 미술품 경매 기업의 온·오프라인 경매 낙찰 총액은 1151억 원이다. 이는 1535억 원을 기록한 지난해의 74.9% 정도에 불과한 규모로, 1153억 원을 기록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당 집계는 각 국내 경매사의 주류, 명품, 모피스텔 등 기타 품목을 제외한 모든 순수미술품의 항목별 낙찰 결과를 합산한 수치다. 지난 2020년 1153억 원 수준이었던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은 국내에서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열리기 시작한 2021년 3294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됐으며, 올해는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시장에는 총 2만2934점이 출품돼 46.4%인 1만641점이 낙찰됐는데 이 역시 최근 5년 중 최저다.



김환기, ‘3-Ⅴ-71 #203'


낙찰 총액에서는 김환기의 작품이 약 73억7480만 원어치 거래되면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김환기의 작품 중 1971년작 전면 점화 ‘3-Ⅴ-71 #203'는 지난 3월 서울 옥션 경매에서 50억 원에 거래되면서 올해 낙찰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낙찰 최고가 상위 10위는 2위에 오른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1990년작 '호박'·29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작가 작품이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으로 20점 내외의 희귀한 보물급 유물들이 출품되어 시장을 주도한 바 있다. 특히 고가의 조선백자와 전통 예술품이 다수 낙찰돼 고미술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단색화 작품이 대거 낙찰돼, 이전과 유사한 현대미술 중심의 분위기로 복귀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올해 미술시장은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경기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결과이고, 적어도 내년까진 미술시장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진 못할 것”이라며 “미술산업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임을 감안해,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미술품 소비 증진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장려책 마련도 병행되면 좋겠다”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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