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소매점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손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김모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파기자판(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을 통해 장애인인 원고 2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대법원이 장애인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최초 사례다.
대법원은 “95%가 넘는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이 사건 규정이 24년 넘게 개정되지 않아 장애인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일상적으로 침해받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선 입법 의무를 14년 넘게 불이행한 피고(정부)의 부작위(해야할 일을 하지 않음)는 장애인 등 편의 증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와 목적·내용에서 현저하게 벗어나 합리성을 잃었다”며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 단체의 지속적 개정 요구는 물론 유엔(UN) 장애인권리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의 문제점 제기에도 공무원들이 개정하지 않고 규정을 방치했다며 이는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