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끝 하나 건들지 마라"…용산 앞 방치된 화환에 주민들 '골머리'

지자체 "화환은 강제 처리 불가"
지난 15일엔 화재 발생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화환을 정돈하고 있다. 뉴스1

탄핵 정국 속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칩거 중인 가운데, 지지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보내는 응원 화환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8일 윤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을 맞아 대통령실 앞에는 '생신 축하한다' , '우리가 응원한다' 등의 화환이 속속 도착했다. 응원 화환은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어린이공원 건너편부터 집무실 입구 앞까지 150여 미터 구간에 화환이 빼곡히 늘어섰다. 화환이 너무 많아 이중, 삼중으로 겹쳐 두는 일은 예사였다. 띠에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마라"고 적혀 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환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수명이 다해 꽃이 시들거나 그 잔해물이 흩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화환이 너무 많아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화환은 배송했던 업체에서 회수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겨진 화환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용산구 관계자는 "화환은 배송한 특정인이 있는 물건이라 쓰레기로 볼 수 없어 강제로 처리 불가하다"며 "화환 리본에 의견을 써 놨기 대문에 옥외광고물법과 관련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화환 처리 문제를 두고는 "광고물관리팀에서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15일에는 방치된 화환에 불이 나 경찰이 조사에 나서는 일도 발생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응원 화환 9개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길을 지나는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시민은 "안 그래도 좁은 인도에 화환까지 줄줄이 놓여 있으니 통행하기 불편하다"며 힘겹게 길을 지나가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길이 일단 너무 지저분하고 장례식 느낌도 나 미관상 좋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