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엔 ‘밋밋한 신인들’이었는데…배소현 김수지 박민지 뒤늦게 핀 ‘2017년 동기들’



그린을 파악하고 있는 배소현. 사진 제공=KLPGA


최근 10년 동안 가장 주목 받지 못한 신인들이었을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7년 신인들 얘기다. 그해 신인왕에 오른 장은수는 10위 이내에 7차례 들었지만 우승 없이 상금 랭킹 23위에 머물렀다. 신인들 중 박민지 혼자만 우승 맛을 봤다. 시즌 초인 4월 삼천리 Together Open에서 우승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상금 랭킹 13위로 시즌을 마쳤다.


7년 전 그렇게 밋밋했던 신인들이 ‘늦깎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퍼팅을 성공하고 기뻐하는 김수지. 사진 제공=KLPGA


박민지는 신인 때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매년 1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골프 팬에게 강력한 한방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6승씩 거두며 투어를 휩쓰는 대세로 떠올랐다. 2021년 획득한 한 시즌 최고 상금(15억 2137만원)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박민지가 일으키기 시작한 ‘2017년 신인’의 늦깎이 돌풍은 김수지가 이어 받았다. 2017년 박민지에 이어 신인랭킹 3위에 오른 선수가 김수지다. 2017년 상금 랭킹 37위로 시작한 김수지는 2018년 상금 45위, 2019년 상금 34위로 평범한 성적을 내다가 2020년에는 상금 84위로 곤두박질 쳤다. 결국 시드전을 치러야 했던 김수지는 이후 장타자로 대변신에 성공하면서 늦깎이 돌풍의 주역이 됐다.



그린을 파악하고 있는 박민지. 사진 제공=KLPGA


2021년 생애 첫 승을 포함해 2승을 거두면서 상금 랭킹 7위로 올라서더니 2022년에도 2승을 거두면서 대상 포인트 1위, 상금랭킹 2위라는 믿기지 않는 기록을 냈다. 1승을 거둔 2023년에도 상금 4위를 기록했고 역시 1승을 올린 올해도 상금 5위로 마감했다. 시드 전까지 갔던 선수가 4년 연속 우승과 상금 ‘톱10’이라는 대반전을 이룬 것이다. 김수지가 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노력 형 장타’가 빛을 봤기 때문이다.


김수지는 원래 드라이브 거리가 긴 편이 아니었다. 2017년 36위(247.35야드)로 시작한 드라이브 평균 거리는 2018년 69위(237.84야드), 2019년 86위(232.11야드), 그리고 2020년 87위(226.75야드)까지 떨어졌다. 거리가 가장 짧았던 2020년에는 상금랭킹 84위까지 처지면서 시드전을 치러야 했다. 다행히 시드 순위전에서 6위에 올라 정규 투어에 남게 된 김수지는 그해 겨울 혹독한 훈련의 시간을 보내고 ‘장타자 김수지’로 거듭났다.



아이언 샷을 하고 있는 배소현. 사진 제공=KLPGA


2021년 김수지의 드라이브 거리 순위는 22위(243.21야드)로 껑충 뛰었다. 드라이브 거리가 늘어나면서 그린적중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2020년 90위(66.41%)였던 그린적중률 순위가 2021년 9위(76.97%)로 대도약을 했다. 2022년에는 드라이브 거리 16위(245.67야드)에 그린적중률 4위(77.26%)였고 지난해에는 드라이브 거리 9위(249.80야드)에 그린적중률 1위(78.18%)로 더 날카로워졌다. 올해도 김수지는 드라이브 거리 10위(249.85야드)와 그린 적중률 1위(80.75%)로 훌륭했다.



그린을 파악하고 있는 김수지. 사진 제공=KLPGA


2017년 신인 동기 중 가장 늦게 핀 꽃은 배소현이다. 2017년 배소현의 신인 랭킹은 11위였다. 존재감이 아예 없었다. 25개 대회에 출전해 19차례 컷 탈락한 배소현의 상금 랭킹은 101위(3182만원)였다. 시드전을 통해 투어에 살아남았지만 2018년에도 배소현은 24개 대회에서 18번 컷 탈락하면서 상금 랭킹 100위(3202만원)에 그쳤다. 결국 그는 드림투어로 돌아가야 했다.


밥 먹듯 컷 탈락을 하던 배소현이 정규 투어로 돌아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그해 상금 랭킹 40위에 올랐고 2022년 29위, 2023년 35위로 시드를 잃지 않고 버텨나갔다. 그러던 배소현이 올해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데 이어 시즌 3승까지 거두면서 상금랭킹 9위(8억 1719만원)에 오른 건 최대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을 읽고 있는 박민지. 사진 제공=KLPGA


1993년생 배소현이 늦은 나이(31세)에 ‘성공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도 김수지처럼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신인이던 2017년 배소현의 드라이브 거리 순위는 71위(242.30야드)였다. 2018년에도 66위(238.03야드)에 머물렀다. 하지만 정규 투어로 돌아온 2021년 배소현은 서서히 장타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1년 15위(244.81야드), 2022년 24위(243.11야드) 그리고 2023년에는 8위(249.84야드)까지 치고 올랐다. 숨었던 비거리를 찾으면서 성적도 좋아졌다. 그리고 드라이브 거리 5위(252.21야드)에 오르면서 장타자의 면모를 제대로 과시한 2024년 배소현은 제대로 ‘스타 탄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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