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승-7승-7승-4승-5승-3승.
201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6년 간 한국 국적의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거둔 우승 횟수다. 15승을 합작한 2019년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반 토막이 난 승수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불과 4승을 거두며 2010년대 들어 2011년(3승) 이후 가장 적은 승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고진영, 양희영, 김효주 등 베테랑들이 우승을 거둔 데 이어 신인 유해란이 감격적인 첫 승을 기록하며 2022년에 비해 1승을 더 추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한국군단이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고진영, 김효주 등 기존 선수들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맹활약한 이소미, 성유진, 임진희 등이 가세해 전력 강화가 예상된 것. LPGA 신인왕을 거머쥔 유해란의 존재도 한국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막상 2024시즌의 뚜껑이 열리니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2000년 이후 15년 만에 개막 후 15개 대회에서 단 1승도 따내지 못하는 지독한 ‘무승 행진’이 이어졌다. 박세리가 LPGA 투어에 진출한 1998년 이후 한국 선수의 개막 후 우승 가뭄이 가장 길었던 1999년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절망적인 예측도 나돌았다. 당시 박세리는 개막 후 19번째 대회 만에 우승하며 한국 선수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해결사로 나선 건 ‘맏언니’ 양희영이었다. 양희영은 6월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길었던 무승의 고리를 끊어냈다. 메이저 우승을 발판으로 양희영은 세계 랭킹을 끌어올려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대표로 당당히 출전했고 메달권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공동 4위에 올라 건재를 알렸다.
첫 우승 이후로도 잠잠하던 한국군단의 두 번째 우승 소식은 9월 FM 챔피언십에서 유해란이 전했다. 유해란은 대회 마지막 날 선두로 출발했던 고진영과의 연장전 끝에 신설 대회의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끼리 연장 승부를 벌인 건 고진영과 임희정이 대결한 2021년 10월 BMW 챔피언십(고진영 우승) 이후 약 3년 만이었다.
유해란에 이어 김아림이 11월 하와이(롯데 챔피언십)에서 세 번째 승전보를 띄웠다. 2020년 12월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은 3년 11개월 만에 투어 2승을 달성했다. US 여자오픈 우승 당시 KLPGA 투어 소속이었던 김아림은 LPGA 투어 회원이 된 이후로는 첫 우승을 거뒀다.
이후 몇 차례 우승 문턱에서 돌아서 올 시즌을 3승 합작으로 마감한 한국군단은 내년 시즌 반등을 다짐하고 있다. 올해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전 세계 1위 고진영이 설욕을 벼르고 있고, 역시 부진했던 김효주와 이정은6 등 베테랑들도 분전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올 시즌 KLPGA에서 3관왕(대상·상금왕·평균타수 1위)에 오른 윤이나가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12월 LPGA 투어 Q스쿨 파이널에 출전하는 윤이나는 20위 안에 들면 2025시즌 풀 시드를 받는다.
2015년과 2017년, 2019년 3차례나 한 시즌 15승을 합작하며 부러움을 샀던 한국 여자골프가 새해에는 세계 최강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서울경제 골프먼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