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스토리_올해도 이어진 LPGA 韓 낭자들의 '우승 가뭄'[10 GOLF STORIES in 2024]<8>

세계 최강을 자부해온 한국군단의 우승 시계가 더디게 돌아가고 있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투어를 지배했던 날들의 재연을 기대한다

양희영이 6월 24일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승-7승-7승-4승-5승-3승.


201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6년 간 한국 국적의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거둔 우승 횟수다. 15승을 합작한 2019년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반 토막이 난 승수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불과 4승을 거두며 2010년대 들어 2011년(3승) 이후 가장 적은 승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고진영, 양희영, 김효주 등 베테랑들이 우승을 거둔 데 이어 신인 유해란이 감격적인 첫 승을 기록하며 2022년에 비해 1승을 더 추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한국군단이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고진영, 김효주 등 기존 선수들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맹활약한 이소미, 성유진, 임진희 등이 가세해 전력 강화가 예상된 것. LPGA 신인왕을 거머쥔 유해란의 존재도 한국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막상 2024시즌의 뚜껑이 열리니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2000년 이후 15년 만에 개막 후 15개 대회에서 단 1승도 따내지 못하는 지독한 ‘무승 행진’이 이어졌다. 박세리가 LPGA 투어에 진출한 1998년 이후 한국 선수의 개막 후 우승 가뭄이 가장 길었던 1999년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절망적인 예측도 나돌았다. 당시 박세리는 개막 후 19번째 대회 만에 우승하며 한국 선수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해결사로 나선 건 ‘맏언니’ 양희영이었다. 양희영은 6월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길었던 무승의 고리를 끊어냈다. 메이저 우승을 발판으로 양희영은 세계 랭킹을 끌어올려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대표로 당당히 출전했고 메달권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공동 4위에 올라 건재를 알렸다.



유해란이 LPGA 투어 FM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첫 우승 이후로도 잠잠하던 한국군단의 두 번째 우승 소식은 9월 FM 챔피언십에서 유해란이 전했다. 유해란은 대회 마지막 날 선두로 출발했던 고진영과의 연장전 끝에 신설 대회의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끼리 연장 승부를 벌인 건 고진영과 임희정이 대결한 2021년 10월 BMW 챔피언십(고진영 우승) 이후 약 3년 만이었다.



11월 10일 롯데 챔피언십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셀카’를 찍는 김아림. AFP연합뉴스

유해란에 이어 김아림이 11월 하와이(롯데 챔피언십)에서 세 번째 승전보를 띄웠다. 2020년 12월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은 3년 11개월 만에 투어 2승을 달성했다. US 여자오픈 우승 당시 KLPGA 투어 소속이었던 김아림은 LPGA 투어 회원이 된 이후로는 첫 우승을 거뒀다.


이후 몇 차례 우승 문턱에서 돌아서 올 시즌을 3승 합작으로 마감한 한국군단은 내년 시즌 반등을 다짐하고 있다. 올해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전 세계 1위 고진영이 설욕을 벼르고 있고, 역시 부진했던 김효주와 이정은6 등 베테랑들도 분전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올 시즌 KLPGA에서 3관왕(대상·상금왕·평균타수 1위)에 오른 윤이나가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12월 LPGA 투어 Q스쿨 파이널에 출전하는 윤이나는 20위 안에 들면 2025시즌 풀 시드를 받는다.


2015년과 2017년, 2019년 3차례나 한 시즌 15승을 합작하며 부러움을 샀던 한국 여자골프가 새해에는 세계 최강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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