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마지막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인하’를 단행하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중립금리(자연이자율) 추정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핵심 지표가 되는 중립금리의 수준이 코로나19 이후 구조적 변화로 점차 상향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향후 미국 금리의 인하 폭이 크게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중립금리 추정치가 연준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을 두고 “중립 수준으로 재조정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하면서다.
중립금리는 물가가 안정되고 완전고용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이자율 수준을 뜻한다. 기준금리 결정의 중요한 평가지표가 될 수도 있다. 가령 경기가 과열됐다고 판단될 경우 이자율이 중립금리보다 낮다고 보고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방식이다. WSJ은 “올해 초 연준 금리는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중립에 대한 논쟁은 중요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한 지금 중립 문제는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배가 부두에 가까워질 때 충돌을 막으려 노력하는 선장처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했다고 판단될 경우 금리 인하는 더 신중해진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연준의 중립금리 추정치는 점차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에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장기 금리의 중앙값 수준은 3%로 나타난다. 사실상 중립수준에 대한 연준의 추정치로 해석되는데 앞서 9월 추정치 2.9%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이 값은 2012년 4.25%에서 2019년 2.5%로 내려간 뒤 2023년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올 4개 분기별 전망치 모두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총 19명의 연준 위원 중 8명은 중립 수준이 3%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3%대 후반을 예상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3% 이상을 중립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단 두 명에 그쳤던 것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9월 중립금리 인상을 배경으로 초저금리 수준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립금리 상승은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적자 증가, 녹색 에너지 전환, 공급망 다각화 투자,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해 투자 수요 증가 등이 금리 수준을 높이는 데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단순히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해 일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WSJ은 “10년 전 낮은 이자율이 단순히 연준의 통화 완화 정책 때문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것이라고 천천히 결론 내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칼라일 그룹의 이코노미스트 제이슨 토마스는 “연준이 중립금리가 상승했다고 결론 내리면 연준은 상당 기간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