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공포가 재차 점화되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전날보다 0.09%포인트 오른 4.59%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이후 6개월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에 대해 매파적 입장을 취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내년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금리 인하 전망치 역시 기존 1.0%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줄였다. FT는 “투자자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연준 정책에 대한 기대치를 재고하기 시작하면서 이틀 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2%포인트나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은 물가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치가 높을 경우 장기 투자는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기에 그만큼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치도 국채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 영국에서도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지속적인 물가 위험을 경고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10년물 영국 국채수익률이 1년여 만에 최고치인 4.66%를 기록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강화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제학자들은 대규모 감세와 수입품 고율 관세, 불법 이민자의 대량 추방 등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계획을 언급하며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실질적으로 증가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년 금리를 언제, 얼마나 인하할 지 약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