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美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신흥국 환율 방어 '비상'[매파 파월 후폭풍]

■ '매파 파월' 후폭풍
국채금리 급등·극단적 强달러
엔·달러 환율 5개월래 최저치
브라질·印·인니 등 시장 개입
"연준 인하 발언은 허세" 불신
월가 "관세 영향땐 7월 올릴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치 못한 ‘매의 발톱’을 드러낸 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어닥친 후폭풍이 거세다. 연준의 ‘금리 완화’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국채금리가 뛰고 달러가 극단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환율 방어를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내년 금리 동결을 넘어 다시 금리 인상으로 방향 전환을 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9%포인트 오른 4.59%를 기록했다. 5월 이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전날 열린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매파적 입장(통화 긴축)’을 취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내년도 인플레이션 전망치(중간 값)를 2.1%에서 2.5%로 올려 잡으며 내년 예상 금리 인하 폭 역시 1.0%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낮췄다. FT는 “투자자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연준 정책에 대한 기대치를 재고하기 시작하면서 이틀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2%포인트나 급등했다”고 짚었다.


‘파월의 배신’은 외환시장에 더 큰 충격파를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율 관세, 감세 정책 등에 대한 불안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던 가운데 연준이 던진 미국의 금리 동결 가능성은 ‘극단적 강 달러’로 치닫는 계기가 됐다.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금리 차가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대폭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빠르게 반영된 탓이다. 실제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475로 거래를 마쳐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로도 0.3% 추가 상승했다. 반면 일본은 전날 금리 동결을 결정한 여파로 이날 달러·엔화 환율이 5개월 만에 최저치인 157.88엔을 기록했다.


특히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쁜 신흥국들은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인한 환율 방어에 나서야 할 지경이다. 이날 브라질 중앙은행은 달러 대비 헤알화가 사상 최고치인 6.300을 돌파하면서 30억 달러(약 4조 3500억 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통화 하락을 막지 못했고 50억 달러(약 7조 2400억 원)를 추가 투입한 후에야 겨우 헤알화를 2.4% 상승세로 돌려놓았다. 인도 중앙은행도 달러 대비 루피화가 사상 최고이자 심리적 저항선인 85루피를 돌파하자 달러를 팔며 환율을 방어했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루피아화가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자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를 멈추는 것을 넘어 금리 인상으로 유턴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며 시장의 불안은 극대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금리 사이클은 인상기 평균 2~3년, 인하기 1~2년가량 걸리지만 연준은 9월 4년 반 만에 첫 금리 인하에 돌입한 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인하 사이클 종료를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이런 급격한 전환은 그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로이터 칼럼니스트 제이미 맥기버는 “연준은 내년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말하고 있지만 국채 가격을 보면 내년 0.35%포인트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라며 “시장은 본질적으로 연준의 허세를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감세, 관세, 이민자 추방 정책이 모두 잠재적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연준이 금리 인하 약속을 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 필 셔틀은 “내년 2분기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 연준이 7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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