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종전 기대감…우크라 재건株 옥석가려야

종전 공언 트럼프 취임 앞두고 들썩
전진건설로봇, 美대선후 70% 급등
나토 신중론…현실화까진 변수 많아
전문가 "실적입증 건설기계 집중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건주 테마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 지도부는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어 종전의 현실화까지는 아직 변수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단순한 재건 테마에 휩쓸리기보다 종전과 동시에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건설기계 장비 관련 기업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진건설로봇(079900)은 전 거래일 대비 8.07% 오른 3만 8150원으로 마감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진건설로봇은 올 8월 상장한 국내 최대 콘크리트펌프카(CPC) 제조사로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꼽힌다. 실제 주가는 미 대선일인 지난달 5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여 동안 70% 이상 급등했다. 상장일인 8월 19일부터 대선 당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상승률이 2.4%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밖에 대동기어(008830)·삼부토건(001470)·HD현대건설기계(267270)·SG(255220) 등도 대선 직후 급등세를 보이다 최근 주춤하는 양상이지만 주가 흐름은 나쁘지 않다.




대선 이후 주춤하던 재건주가 기지개를 다시 켜는 것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중 자신이 취임한 후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고 공언한 데 이어 이달 16일(현지 시간) 당선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겠다”며 “끔찍한 대학살을 멈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트럼프 당선인을 언제든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종전 협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트럼프가 임명한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 지명자는 다음 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하는데 취임 전에 특사를 현지에 파견하는 것은 그만큼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나토와 EU지도부는 종전에 신중하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종전 협상을 압박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EU 역시 19일 우크라이나의 동의 없는 종전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종전 협상이 유럽 및 서방지역 전체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탓에 실제 종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진건설로봇의 콘크리트펌프카(CPC). 사진 제공=전진건설로봇

이에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재건 테마보다는 재건 실적을 입증할 수 있는 준비된 기업에 대한 선별 투자를 조언한다. 예컨대 전진건설로봇은 지난해부터 튀르키예 대지진 재건사업을 통해 약 5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CPC는 도로, 교량·철도 보수 등에 필수로 사용되는 데다 북미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작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베트남 투자를 전면 보류하고 폴란드 현지 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립리서치기관 CTT리서치는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비용은 최소 700조 원 이상으로 튀르키예 대지진 사례와 비교할 때 CPC 신규 매출액은 3100억~62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우크라이나는 나라 전역에 걸쳐 재건이 필요하고 기간도 10년 이상 장기간으로 실제 신규 매출액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은 우크라이나 재건 빅사이클이 시작되는 첫해로 건설기계 장비 기업, 그중에서도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 기업 위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업으로는 굴삭기나 유압브레이커 등을 제조하는 현대에버다임(041440)·HD현대건설기계·두산밥캣(24156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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