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급등 지역이 속한 수도권이 아닌 지방 부동산에 대해서는 가계대출 운영에 조금 더 여유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달리 미분양 물량 적체 등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방 실수요자들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 업계 및 부동산 시장 전문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초부터는 가계대출 자금 공급을 시기별 쏠림 없이 평탄화해 실수요자가 부담을 많이 느끼지 않도록 원만히 공급되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건설 업계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방 주택 수요 진작을 위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완화와 은행 가계대출 경영 목표 관리 시 지방대출 예외 적용 등 대출 규제 개선을 요청했다. 업계는 “주택 경기가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전환된 데다 최근 정치 리스크에 따른 건설 투자 심리 위축과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자금 공급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에 따른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에 수도권과 지방에 실질적으로 차이를 두는 정책 방향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작용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방은행이 비수도권 지역에 대출을 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건전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 운영에 여유가 생기게끔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시중은행들 역시 리스크 관리를 잘한다는 전제하에 수도권보다 여유 있게 가계대출 목표치를 운영하도록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를 강하게 압박했던 모습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이 원장은 “가계대출 엄정 관리 원칙은 내년에도 견지돼야 하지만 올해는 수도권 부동산 급등에 따라 엄중하게 흘러간 측면이 있었다”며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돈을 빌려준다’는 DSR 원칙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예정돼 있던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등 금융지주·은행 검사 결과 발표를 다음 달로 연기한 것에 관련해서는 “원칙대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께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검사의 중요성이나 검사 과정에서 밝혀낸 위법행위의 엄중함에 대해서 인식을 달리하거나 더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