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감원도 가능하도록 발의한 법 개정안은 과연 11개월째를 맞으며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의 출구가 될 수 있을까. 의사들 사이에서도 내년 입시를 멈출 수 없다면 2026년 의대 정원이라도 줄여서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의사단체들 사이에서 여전히 내년도 의대 모집 정지 주장이 대세이기 때문에 사태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이 법안을 계기로 의료현장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20일 국회, 의료계 등 이야기를 종합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강선우·김윤 의원이 각각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에 대해 법안소위 회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건의료기본법 일부 개정안도 논의 대상이며, 당초 복지위는 23일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법안들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민주당은 여야 논의를 거쳐 1월 중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법안들 모두 골자는 수급추계위원회를 두고 의대 정원을 논의하게 한다는 점이다. 강 의원 안은 보건복지부 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수급추계위를 설치해 의사 수급을 전망하고 적정 인원을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2026학년도 정원의 경우 전(前) 학년도 증원 규모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등을 이유로 증원 규모의 조정이 필요한 때 이를 조정하거나 정원을 감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급추계위는 의료계 추천 위원을 과반으로 구성하게 했다. 김윤 의원 발의안도 내용이 비슷하다.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정부안에 가깝다. 수급추계위를 만들되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보건의료정책심의원회 산하로 두도록 했다. 정부는 보건의료 정책 전체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 법안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설득할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흉부외과 전문의인 강청희 민주당 보건의료특위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 이상 증원 백지화 요구를 내기 힘들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변인은 “사태가 해결 국면으로 들어가려면 정원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어쨌든 2026년 정원을 의학교육 여건에 따라 조정한다는 법안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내년도 의대 모집정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내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전공의와 의대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국회 교육·보건복지위원장과 간담회에서 법안과 관련해 우려를 전했다며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급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논의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내년에도 휴학 등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며 모집정지 외 제안은 학생들의 복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공의들 입장도 미온적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상황이 쉽지 않다. 학생들도, 전공의들도 돌아가지 않을 파국이지 않을까”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가 방법을 찾아보자고 나선 것만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머리를 맞대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