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연말 저녁 단체예약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당장 이번 달 직원들 월급이 걱정입니다.” (광화문 A 고깃집 사장)
연말 대목을 앞두고 외식업 종사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 불황에 기업들이 비상 경영에 돌입하면서 단체 예약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공직자나 일반 직장인들도 모임을 자제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상권 플랫폼 ‘오픈몬’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역 일대 상권에 위치한 음식점의 지난 한 달 간 법인카드 매출은 18억 70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9억 4800만 원)보다 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광화문역 상권 음식점도 법인카드 매출이 13억 9700만 원에서 13억 5900만 원으로 줄었다. 이는 신용카드 및 현금 결제액을 통해 추정한 금액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은 집계에서 제외된다.
이 대로라면 직장인들의 연말 회식이 집중되는 12월에도 지난해보다 법인카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오픈몬은 전망했다. 연말 대목 실종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감지된다. 지난해 12월 강남역 상권 음식점 법인카드 매출은 21억 4500만 원으로 전년 동월(23억 원)대비 약 7% 줄었다. 같은 기간 광화문역 상권 음식점도 법인카드 매출이 16억 5000만 원에서 16억 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를 뜻하는 ‘3고(高) 현상’으로 각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돌입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문모(34) 씨는 “이미 직원들이 소지하고 있는 법인카드는 반납한 지 오래”라며 “연말 회식도 팀끼리만 소규모로 단출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박모(35) 씨도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단체회식 얘기를 꺼내기도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광화문역에 위치한 유명 고깃집 A지점의 지난달 법인카드 매출은 2270만 원, 결제 건수는 8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각각 50%, 40% 감소한 규모다. 통상 11월 매출이 12월보다 적은 것을 고려해도 감소 폭이 크다. 강남역 상권에서는 지난달 음식점 법인카드 매출 상위 3위 내에 고깃집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신 영업 목적의 방문이 많은 유흥주점이 빈 자리를 채웠다.
매출이 급감하자 문을 닫는 음식점은 빠르게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서울에서 폐업한 일반음식점은 2200개로 전년 동기간 대비 35% 증가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한모(55) 씨는 지난달 점포 2곳 중 1곳을 정리했다. 한 씨는 “임대료와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손님이 줄어 어쩔 수없이 폐업을 결정했다”며 “주방 집기를 처분하기 위해 시장에 내놨는데, 이마저도 사가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비용부담이 큰 저녁 회식보다 점심 회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오픈몬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광화문역 상권 음식점 법인카드 매출에서 한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1월 약 61%에서 올해 11월 약 58%로 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양식 비중은 2.9%에서 3.7%로 상승했다. 오픈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회식 문화가 다양화되면서 저녁보다는 점심을, 고깃집 등 한식보다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맛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