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은 변호사의 노동 INSIGHT] “차장님, 월요일 면담에 변호사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이태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도입 된 후 사내조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이후 사내조사 과정상 기존에 잘 다뤄지지 않은 다양한 쟁점이 문제되고 있다. 그 중 사내 조사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권리의식이 커지면서 변호사와 함께 조사 면담 또는 징계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러한 직원들의 요청을 받았을 때 변호사가 조사 과정에 참여하면혹시 조사가 지연되는 것은 아닌지, 회사 인사 운영에 저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사내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의 참여가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판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취업규칙 등 사규에 변호인의 조력권에 대하여 규정을 하였다면 이를 따르면 되겠으나, 이러한 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취업규칙 등 사규에 다루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다룬 사례 자체가 많지 않지만 관련 법원 선례를 보면 징계절차에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보장된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관련 판결에 의하면 내부조사 과정 또는 징계위원회 절차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더라도 징계의 효력에는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실무상 회사 입장에서 직원의 변호사 대동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은 없으나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받은 회사는 이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의 참여를 요구한 직원은 조사 절차 및 공정성에 강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변호사를 조사 절차에 참여시킴으로 회사가 절차적인 부분에 있어 직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하였다는 정당성을 구비할 수 있다.


조사의 지연 및 변호사의 과도한 면담 개입에 대하여는 변호사가 면담에 어떻게 참여할지 원칙을 미리 정하여 요청하는 직원이 이를 수용함을 전제로 변호사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을 고려 해 볼 수 있다. 가령 면담 전에 변호사가 면담 대상 직원의 사실(fact)에 관한 진술 시 말을 가로막지 않고 최대한 대상 직원이 발언하도록 하는 등 원칙을 수립함으로써 절차 지연을 방지할 수 있다.


한편 변호사가 조사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조사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관련 조사 시 회사가 직접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화되고 2차 가해 주장이 나올 때가 많은데, 이때 회사는 변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조사의 결과 및 조사 이후 조치에 대하여 좀 더 합리적으로 조율할 여지가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변호사를 통하여 제보 직원 또는 행위자의 진의를 명확히 파악하게 됨으로써 사안이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상과 같이 사내 조사 과정에서 회사가 변호사의 참여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 받았을 시 이를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제보자 및 행위자 모두 납득하도록 조사를 종결하는데 활용하는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