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3 비상계엄을 앞두고 계엄에 투입된 정보사령부가 긴급하게 인민군복을 제작했다며 북풍 의혹을 제기했다. 비상계엄에 병력을 동원한 국군 최정예 첩보부대인 정보사의 민낯이 공개되는 순간으로,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자리여서 다들 의아해 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정보사령부는 지난 7월 24일 HID 부대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진 ‘훈련영화피복 제조’ 입찰 공고를 냈다. 정보사의 다른 이름인 제9965부대 재무관 명의로 긴급 공고된 해당 입찰의 사양서에는 군관 및 하전사 전투모 참고자료가 담겼다. 북한 인민군의 계급체계에서 군관은 원수부터 소위까지 장교를 뜻한다. 하전사는 일반병사다.
그렇다면 정보사가 비상 계엄에 병력, 그것도 모든 것이 비밀인 HID(Headquarters of Intelligence Detachment), 일명 ‘북파공작원’ 부대를 동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해 “계엄군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를 사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 계엄 선포 직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국회에 가면 목숨이 위험하니 피신하라’는 의문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 뒤늦게 공개되기도 했다.
또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과 이른바 ‘햄버거 회동’을 가진 정보사령부 정 모 대령은 케이블 타이나 두건 등을 사용해 중앙선관위원회 직원들을 제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인정했다며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변호인측이 지난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국민 사과 및 자료 공개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정 대령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노 전 사령관 등과 함께 경기도 안산의 한 햄버거집에서 계엄 계획을 논의한 ‘4인방’ 중 한 명이다.
이 같은 정황을 두고 정보사가 동원한 병력은 암살과 체포조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군사전문가들은 HID라고 불리는 북파공작원들은 사회 테러나 소요를 고의적으로 일으키려 했다는 분석을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부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북한이 무력 충돌을 일으켜 우리가 대응 사격을 하는 시나리오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하는 데 있어서 가장 쉬운 시나리오”라며 “HID라는 조직을 동원해 북한 변수를 적용하려 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HID는 일명 ‘북파공작원’ 부대로,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부 의원은 현역 시절 HID 공작팀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HID는 평시 한국 내 임무가 없고 북한 지역에 투입되어 요인 암살과 폭파 임무 등을 수행하는 극비 부대다.
그 근거로 부 의원은 12·3 비상계엄을 앞두고 국군정보사령부가 긴급하게 인민군복을 제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 의원은 “(정보사가) 국가 종합 전자조달 사이트인 나라장터에 (인민군복을) 긴급 소요 요구를 했다”며 “정보사에서는 (인민군복을 입고) 대항군 역할을 하는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A사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정보사령부, 국군방첩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흑복 등 특수군복을 수의계약으로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납품액만 60억∼70억 원에 이른다. A사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3주 전에도 정보사령부에 인민군복 60벌을 600여만 원에 납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당 부대에 확인한 결과 지난 7월 24일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입찰공고를 냈으며 7월 30일 개찰 결과 참가업체가 없었다”며 “해당 부대의 훈련용 영화피복 및 영화물자 구매는 연간 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안으로 군 안팎으로 제기되는 10년 만의 첫 공고는 아니며 후반기 계약 시에는 연내 납품 완료를 위해 통상 긴급공고를 실시해 야당 등이 제기한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정확한 진실은 결국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검찰도 비상계엄’ 사태를 앞두고 정보사령부가 북한 인민군복을 대량 구매한 것과 관련해 강제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인민군복을 사들인 의혹이 있는 정보사가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대비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정보사의 인민군복 제작을 의뢰받아 납품한 A업체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사는 지난 10월 이 업체에 인민군복 60벌 제작을 의뢰해 계엄 3주 전인 11월 중순 인민군복을 납품받았다. 통상 정보사는 인민군복을 입은 군을 가상의 적으로 삼아 훈련을 한다.
야당은 정보사가 제작한 인민군복을 두고 (국회의원과 대법관 등의 체포를 맡은) 요원들 용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계엄을) 상당 기간 준비한 정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보사 소속 북파공작원 특수부대인 HID부대가 이번 계엄작전에 투입된 것 등을 두고 “북한과 무력충돌을 일으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시나리오 가능성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북풍’ 공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검찰도 정보사 고위 인사들과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인민군복 제작의 계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북풍(北風)’ 공작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정보사 관계자와 관련 업체들을 불러 집중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