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왕이 돌아왔다.’
국제빙상연맹(ISU)이 지난달 쇼트트랙 월드 투어 2차 대회 뒤 연맹 홈페이지에 올린 문구다. 한 시즌 휴식기를 가진 후 얼음판으로 돌아온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26·성남시청)의 1000m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찬사를 남긴 것. 세계 쇼트트랙에 최민정의 굳건한 입지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복귀 후 최고 성적을 낸 최민정은 최근 안방에서 열린 월드 투어 4차 대회에서 금메달(혼성 계주)과 동메달(1000m)을 1개씩 수확하며 2024년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0일 만난 최민정의 얼굴에는 안도가 묻어 있었다. 올림픽 통산 메달만 5개(금 3·은 2)인 그는 “대표팀에도 다시 들어가 국제 대회를 뛰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를 잘 이룬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뒤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포기하며 휴식기를 가졌다. 이 기간 최민정은 휴식과 간단한 훈련을 병행하며 숨 고르기를 했다. 경기를 반복하며 나빠진 무릎 등에 대한 치료도 함께 진행했다. 1년의 휴식기가 있었던 만큼 복귀 후 기량 저하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여왕’은 보란 듯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해 4월 대표팀 선발전에서 당당히 전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국제 대회에서 메달 퍼레이드를 벌였다. 최민정은 “데뷔 후 경기를 계속하면서 무릎을 포함해 좋지 않은 곳이 계속 발생했다. 몸이 좋지 않아 체중도 3~4㎏ 빠졌는데, 쉬면서 치료 받고 마음도 편안해지니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다”고 했다.
그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김길리(20·성남시청)라는 차세대 기대주가 출현해 세계선수권 1500m 금메달을 따내는 등 최민정의 자리를 위협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에 조급함을 느낄 법하지만 최민정은 ‘오히려 좋아’를 외쳤다. 그는 “(김)길리는 정말 좋은 선수다. 훈련이나 경기를 하면서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고 길리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정말 좋은 선의의 경쟁자”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는 2014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와 달리 이제는 후배들을 끌고 가야 할 ‘언니’ 중 한 명이 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선배들부터 최강의 자리를 쭉 유지해왔는데 이걸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후배들에게 최대한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2024년을 마무리 한 최민정의 시선은 내년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릴 동계아시안게임에 맞춰져 있다. 개최지 문제로 8년 만에 다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이다. 최민정은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거둔 2관왕(1500m·3000m 계주) 기억을 떠올리며 막바지 훈련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는 것이다. 대표팀 선수들이 최상의 성적을 내 국민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메이저 국제 대회 때마다 쇼트트랙에 쏠리는 국민적 관심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민정이다.
끝으로 그는 쇼트트랙 팬들에게 이른 새해 인사도 전했다. “2025년에는 모든 분들이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민에게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꼭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