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연이어 가계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은행권은 올 하반기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강력 억제 기조에 따라 관련 규제를 강화했지만 새해를 앞두고 본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17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했다.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보험(MCI)과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재개했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가입하지 않는 경우 소액 임차 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축소되는 효과가 있다.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서울 지역은 약 5000만 원 이상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미등기된 신규 분양 물건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도 다시 취급하고 있다. 다만 현재 대출 신청을 받더라도 내년 실행되는 대출부터 완화된 규정이 적용된다.
NH농협은행도 한시적으로 제한했던 가계대출을 완화하고 비대면 신용대출 판매 제한 조치도 해제했다. 농협은행은 다음 달 2일 실행되는 대출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한다.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 선순위 근저당 감액 말소, 신탁등기 말소 등의 대출 실행 당일 등기 접수증을 보완 취급하는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 15일 취급을 중단했던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4종은 이달 30일부터 판매를 재개한다. 판매가 재개되는 4종은 NH직장인대출V, 올원 직장인대출, 올원 마이너스대출, NH씬파일러대출 등이다.
하나은행도 이달 12일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달 23일부터 비대면 가계대출 중단 조치를 해제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5일 은행권에서 가장 빠르게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MCI·MCG을 재차 적용하는 등 다양한 규제 완화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는 올 3분기 수도권 주택 거래가 빠르게 늘면서 가계대출도 급증세를 보이자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 시작됐다. 금융 당국은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 내년도 대출 총량을 줄이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은행들은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확대 등을 통한 대출금리 인상, 주택 보유자의 수도권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 중단 등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했고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 3387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 2575억 원 증가하면서 올 10월(1조 1141억 원) 이후 2개월 연속 증가 규모가 1조 원대를 기록했다. 올 8월(9조 6259억 원)에 비해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
다만 내년에 금융 소비자가 기대하는 만큼 대출 문턱이 낮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 당국이 내년에도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월별·분기별로 관리하기로 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정 기간에 가계대출이 편중되지 않도록 월별·분기별로 대출을 관리하게 된다”면서 “해가 바뀌어도 당분간은 대출 문턱이 대폭 낮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