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셧다운 피했지만…트럼프 리더십 험로 예고

美상원, 시한 40분 넘겨 임시예산안 처리
바이든 대통령 서명 “정부, 온전히 운영될 것”
“부채한도 유예하라”는 트럼프 요구 반영안돼
美언론 “당 내부 반대로 관세·이민 등 차질 관측”
트럼프 며느리 라라 트럼프, 상원의원 도전 포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개입으로 통과 불발 위기에 처했던 미국 2025 회계연도 임시 예산안이 막판 처리됐다. 미국 행정부는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부채한도를 유예하라는 트럼프의 핵심 요구 사항은 공화당 내부 반대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의 진통이 트럼프 임기 내 주요 정책을 둘러싼 의회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년 3월 14일까지 현재 수준의 정부 예산을 편성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임시 예산안에 서명했다. 애초 예산안의 처리 시한은 이날 자정이었지만 상원은 40분가량 넘겨 찬성 85 대 반대 11로 법안을 처리했다. 이론상 40분간 셧다운에 돌입한 셈이지만 정부는 통과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보고 셧다운 절차를 발동하지 않았다. 앞서 하원은 전날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타협의 결과이고 이는 어느 쪽도 원하는 전부를 얻지는 못했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계속 온전히 운영될 것이라는 점은 미국인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미국 여야는 앞서 18일 예산안에 합의했지만 트럼프가 반대하면서 진통이 시작됐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부채한도를 폐지하거나 2029년까지 유예하지 않고는 그 어떤 합의에도 도달할 수 없다”고 막아섰다. 자신의 임기 내에 행정부가 부채한도에 막혀 셧다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공화당 측은 부채한도 2년 유예 등을 포함한 새 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이번에는 공화당 내부에서 38명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부결됐다. 아무리 트럼프라도 정부 부채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이에 최종 합의안은 트럼프의 부채한도 내용은 빠진 채 통과됐다. 공화당은 대신 부채한도 문제를 내년에 별도 처리하기로 내부 합의했다.


AP통신은 부채한도 유예를 두고 38명의 반대표가 나온 데 대해 “트럼프에 대한 충격적인 무시”라며 “트럼프의 공약 중에는 감세나 관세 인상, 불법 이민자 단속 등 의회의 지지가 필요한 정책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동안 대립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하원에서 공화당의 우위가 근소하기 대문에 소수의 공화당 의원이 반대할 경우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는 이날 예산안 통과에 대해 별도의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선 이후 트럼프의 뜻이 당내 반대로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트럼프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을 지명했지만 당내 상원의원 일부가 반대의 뜻을 보이면서 사퇴한 바 있다. 한편 연방 플로리다주를 기반으로 상원의원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던 트럼프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방 상원의원직 도전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차남 에릭 트럼프의 아내인 그는 사퇴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숙고 끝에 결정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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