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22일 128개국 세계상공회의소 회장과 116개국 주한 외국대사에게 “최근 일련의 어려움에도 한국 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탄핵 정국으로 불안해진 정세 속에서도 내년 10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인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최 회장은 최근 ‘민간 외교관’은 물론 재계의 어려움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까지 자처하며 경제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세계상의 의장들에게 발송한 서한을 통해 “한국의 높은 회복 탄력성과 안정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상의는 기업·정부와 협력해 2025 APEC 경제인 행사를 철저히 준비하고 역내 국가와 기업인의 번영을 위한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며 APEC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최 회장이 이러한 메시지를 낸 것은 내년 APEC에서 글로벌 경제인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의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대한상의가 주관한다. 2025 APEC CEO 서밋 행사의 주제는 3B(브리지·비즈니스·비욘드)로 기업과 정부, 현실과 이상을 연결하며 APEC 국가들의 번영을 향해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이후 커진 경제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경제단체 비상간담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경제인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우 의장에게 “비즈니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 통과시켜 주신다면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계가 우려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 시간을 마련해 주셨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최 회장은 내년 시작되는 ‘트럼프 2.0’ 시대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그는 “기업은 미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한 시점인데 여건상 외교력을 온전히 발휘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 문제 해결 창구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의장님의 적극적 역할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일단 정치가 안정돼야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민간 외교를 통한 대외신인도 제고에도 힘쓸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