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전국 의사대표자들과 만나 "(최근 자초된) 여야의정협의체를 다시 구성하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재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실패한 의료개혁을 즉각 중단하고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연결되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처참히 실패했다”며 “이런 일이 없었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초과사망자 수가 2000명이 넘은 지 오래”라고 운을 뗐다. 몇 조원의 국가 예산을 당겨썼지만 의료개혁은 커녕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어려워 보인다는 진단이다. 안 의원은 "당장 내년부터 공중보건의, 군의관 공급이 중단되고 신규 의사와 전문의 배출이 끊길 지경"이라며 "때를 놓쳐서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복구하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 대통령 권한대행과 여야는 절박한 각오로 당장 수습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의료계 단체의 탈퇴로 출범 20일 만에 좌초됐던 여야의정 협의체를 다시 가동하는 게 시급하다고 봤다. 내년부터 학생들이 정상적인 의대 교육을 받고 졸업 후 의사고시를 칠 자격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면 '2025년 의대 증원'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의 전제로는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 재개를 위해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금 가장 잘못된 의료정책부터 바로잡는 것이 순서다. 이제라도 대통령 권한대행, 여야와 의료계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수시 미등록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안 등 가능한 긴급 처방들을 찾아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비공개로 의과대학 교수, 봉직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등 의료계 전 직역이 참여하는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임현택 전 회장 탄핵으로 꾸려진 박형욱(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대한의학회 부회장) 의협 비대위 출범 이후 의료계 직역이 한 데 모이는 첫 공식 행사다. 비상계엄 선포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결 후 처음으로 의료계 전 직역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박 위원장은 이날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전 직역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논의하는 전통을 만드는 것"이라며 의사들의 단일대오를 거듭 당부했다. 그는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내가 속한 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전 직역의 뜻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다면 의료 농단 저지와 의료 정상화는 한 걸음 더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대표자들은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졸속 독단 의대 증원, 원점에서 논의하라',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료정책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강대식 의협 회장 직무대행은 "정부는 지금까지 추진한 잘못된 의료 개혁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사직 전공의들을 포함한 의료계 주요 단체들은 전공의들은 내년도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앞서 교육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전국 39개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은 전년보다 1497명 많은 4610명이다. 각 대학은 지난 13일까지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발표를 마쳤고, 16∼18일 수시 합격자 등록 기간 내 등록하지 않은 인원만큼 19일부터 추가 합격자 발표를 진행 중이다. 27일부터 정시모집이 시작되는 30일 사이에는 수시 전형에서 미충원된 인원을 반영해 정시모집 선발인원을 확정하고 대학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의료계가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것이란 게 의료계 안팎의 중론이다. 수시 최초합격자의 중복 합격으로 인한 등록포기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