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 세계가 통상 전략 대수술에 돌입했다. 북미 자유무역협정(FTA)이 30여 년 만에 와해될 위기에 처한 멕시코와 캐나다는 물론 대미(對美) 수출 규모가 큰 아시아·유럽 국가들 역시 대중 관세 장벽을 높이고 미국산 제품 수입을 확대하는 등 트럼프발 무역 전쟁 대응 태세를 서둘러 갖추는 모습이다.
22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가 미국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관세 위협을 쏟아내는 가운데 중국과 함께 표적으로 지목된 멕시코와 캐나다가 통상 정책을 ‘트럼프 맞춤형’으로 개편하고 있다. 멕시코는 이달 20일 북미산을 제외한 모든 섬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5%, 의류 완제품은 3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저가 제품이 쏟아지는 중국산을 겨냥한 조치이자 북미 경제 블록을 강화해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멕시코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 총 4756억 달러(약 689조 원)를 수출하며 중국을 제치고 대미 수출 1위로 부상했는데 이 때문에 트럼프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캐나다 역시 트럼프 관세에 대항할 카드 마련에 나섰다. 일단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저택을 방문하는 등 ‘트럼프 달래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지만 물밑에서는 우라늄·칼륨 등 주요 원자재를 대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수출 규모 상위권 국가들 역시 잇따라 대미 통상 정책을 수정하고 나섰다. 지난해 기준 독일은 미국에 1597억 달러를 수출하며 4위에 올랐고 그 뒤를 일본(1473억 달러), 한국(1162억 달러), 베트남(1144억 달러), 인도(837억 달러) 등이 잇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 인수팀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일본은 소프트뱅크 등 민간 부문의 대규모 대미 투자와 함께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공약했다. 베트남 역시 미국산 방산품·에너지 등에 대한 수입을 대거 늘리겠다고 공표했다. 최근 트럼프로부터 직접적인 관세 위협을 받고 있는 유럽연합(EU) 또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방안을 제안했으며 인도의 경우 트럼프가 문제 삼고 있는 높은 수준의 미국산 농축산물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