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4위 부동산 개발업체 또 부도 위기…내수 촉진 약발 안받아

[짙어지는 中 디플레 그림자]
당국 '완커' 재무 감시 돌입
신세계발전도 유동성 악화
주택가격지수 하락세 여전
소비 부진·국채금리 추락에
민간경제 촉진 입법 '속도'



수년째 지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더딘 소비 회복세로 인해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중국 4위의 부동산 개발 업체인 완커(차이나반케)는 채무불이행(디폴트) 경고등이 커졌고 중국 내 사업 부진의 영향으로 홍콩 건설 업체인 신세계발전은 대출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 당국의 노력으로 끝 모르게 추락하던 주택 가격은 지난달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최우선 과제로 내수 확대를 내세운 중국은 민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서두르고 있으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형국이다.


22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완커가 디폴트 위험에 대한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은행 규제 당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 주요 보험사에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개발 업체인 완커에 대한 재무적 노출을 보고할 것과 완커가 디폴트를 면하려면 얼마나 많은 지원이 필요한지 평가할 것을 지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올 3월 보험사들은 완커의 채무 상환 위험 우려가 커지자 유사한 점검을 실시했다. 이와 별개로 완커의 경영진은 최근 여러 보험사를 방문해 채권에 대한 풋옵션(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간청했다. 미국 투자은행(IB)인 제프리스파이낸셜그룹의 수진첸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판매가 회복되지 않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자산 처분이 부진한 가운데 금융기관들이 더욱 신중해지고 추가 담보를 요구한다면 완커가 예상보다 빨리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완커의 2025년 5월 만기 달러 채권 가격은 지난주 10센트가량 하락해 달러당 약 80센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1년여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 폭이다. 2027년 만기 채권 가격도 49센트로 급락해 전액 상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경영난에 빠진 홍콩 대형 부동산 기업 신세계발전도 은행들에 대출 만기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올 6월 말 현재 총부채가 2200억 홍콩달러(약 41조 원)에 달하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부동산 개발과 투자 수익의 73%를 중국 본토에서 얻고 있는 신세계발전의 부채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는 불길한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홍콩의 고급 부동산 개발 업체인 차오푸(파크뷰)그룹도 커지는 대출 부담과 높아지는 공실률로 인해 베이징 중심가의 상업단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주택 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하, 규제 완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시장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신규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반등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국회 격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1일부터 민영경제촉진법 초안 등의 법안 심의를 시작했다. 관영통신 신화사 등에 따르면 이 법안은 중국 내수와 민간투자 위축 우려 속에 민영기업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무위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경제 발전 환경을 최적화하고 새로운 발전 방식 구축을 가속화하며 고품질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올해 소비 촉진을 위해 보조금 지급 등 각종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으나 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내수 경기가 위축돼 디플레이션 공포는 오히려 커졌다.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로 중국 10년 국채금리는 이달 들어 2% 선이 무너지며 1.7%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중국은 내년 재정·통화정책의 완화를 예고하며 내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